양평 바꾸려면 이렇게⑤ 공론화

지역현안․주요정책에 민의 반영할 방안 모색해야

전 국민의 ‘촛불 민심’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국민들이 불신하는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으로 ‘숙의민주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신고리원자력 5․6호기 공론화위원회에 이어 올해 대입제도개편 공론화위원회 등이 그것이다.

양평군은 주민의견을 얼마나 군정에 반영하고 있는가를 묻는다면 주요 지역현안에 대해서는 낙제점에 가깝다. 민주적 결정이 단순한 투표에서 나타나는 선호도의 총합이 아니라, 실제적인 ‘숙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숙의민주주의.’ 이를 바탕으로 한 주민의견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주민위한 사업에 주민의견은 묻지 않는 양평군

최근 갈산공원내 조성된 놀이터. '양강정'이 한 가운데 버티고 있다.

얼마 전 갈산공원 내 어린이 놀이터가 새로 만들어졌다. 경기도 공원녹지과가 추진한 사업으로 도비 1억원과 군비 1억원이 보태져 조성됐다.

사진에서 보듯 놀이터 중앙에 ‘양강정’이 그대로 보존된 채 놀이터가 조성됐다. 이를 본 한 주민은 “읍내 유일한 공원이라 아이들과 자주 오는데 정자를 치우고 좀 더 넓게 만들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했다. 이 사업을 시행한 양평군은 주민설명회나 의견수렴을 위한 어떤 일도 하지 않았다.

용문면 다목적청사 건립공사가 지난해 10월 시작됐다. 당시 일부 주민들이 다목적청사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청사 사용 목적과 디자인 등에 대한 주민의견을 용문면에 전달했고, 면에서는 이 의견을 수용했다.

그런데 다목적청사 준공 후 현 용문면사무소 및 주민자치센터 부지 활용에 대해서는 주민의견 수렴이 없다. 지난 5일 열린 양평군의회 1차정례회 예결특위에서 주민복지과가 용문면사무소 자리에 청소년문화의집 조성을 위한 설계비 1억4000만원을 올렸고, 군의회는 이를 승인했다. 교통과도 주민자치센터 부지에 주차장 건립을 추진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한 용문면 주민은 “주차장이나 청소년시설에 대한 주민 의견이 분분하다. 군에서 주민의견을 받아 일을 추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양평군내 이 부지 전체에 대한 관리를 하는 부서도 없이, 각 부서가 각자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이를 건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숙의민주주의’ 공론화가 필요하다

정부는 대입제도 개편을 위한 공론화위원회를 가동시켰다. 공론화위원회는 ▲이해관계자 및 전문가들과 협의해 공론의제 선정 ▲각종 토론회 및 온라인 소통채널 등을 통한 국민의견 수렴 ▲설문조사를 통해 적정규모의 대표성 있는 시민참여단 선발 ▲오리엔테이션, 자료집 학습, 2차례 숙의를 거쳐 권고안을 도출했다.

지난달 EBS 방송 다큐멘터리에 출연했던 시민참여단들은 “대입제도를 내가 결정한다니 겁도 났지만, 큰 책임감도 느꼈다. 정부정책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는데, 이 일을 계기로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공론화위원회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민주주의’를 다시 고민하게 만들었다. 주민의견을 어떻게 수렴할 것인가와 주민의견으로 결정한 정책에 대한 책임성 등이다. 특히 시민참여단이 결국 단일한 의견을 도출하지 못함으로써 공론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컸다.

하지만 이 문제에 관심이 없던 일반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봤다는 데 이론을 제기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행정타운 이전 등 ‘공론화’ 필요

올해 경남 창원시와 강원 정선군은 지자체로서는 처음으로 ‘공론화위원회’조례를 만들었다. 정선군은 이 조례의 목적을 ‘군정 주요시책과 지역현안 해결에 관한 군민 참여 기반을 확대하고, 공감적 합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지역현안 공론화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정함’이라고 명시했다. 군수는 위원회가 제안한 보고서를 최대한 존중해 정책결정에 반영해야 한다.

양평군에도 주민참여를 보장하는 조례가 있다. ‘양평군 주민참여 및 행복공동체 지역만들기 기본 조례’에 따르면 군수는 주민의 복리·안전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업이나 정책 결정이 필요한 경우 관련 법령 및 조례가 정하는 바에 따라 공청회 또는 설명회를 개최해야 한다. 또한 주민들은 선거권이 있는 주민 200명 이상의 연서로 ‘정책토론회’를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조례에는 주민설명회나 공청회를 열 구체적인 경우가 없고, 군수가 정책토론회의 결과를 정책에 반영해야 하는 부분도 빠져 있다.

민선7기는 당장 행정타운 이전, 양평공사 해법, 종합운동장 활용, 두물머리 개발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 2020년 일몰 예정인 도시계획시설에 대한 계획도 세워야 한다.

이전 양평군이 그러했듯, 주민생활과 밀접한 정책결정을 전문가 용역으로만 처리해선 안 된다. 구호로만 그쳤던 ‘양평군의 주인은 군민’이라는 말이 현실이 되도록 하는 ‘공론화’에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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