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최승필 일진아스콘 주민대책위 위원장

최승필 일진아스콘 주민대책위원장

최근 아스콘공장이 주민 건강을 위협하는 환경 유해시설로 드러나며 생존권을 외치는 주민들과 재산권을 주장하는 아스콘사업자와의 갈등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19일 10여 년째 주민과 갈등을 빚어온 안양 연현마을 옆 아스콘공장이 폐쇄되고 그 자리에 아파트 건설이 결정되면서 문제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양서면 복포리 일진아스콘 공장 폐쇄 및 이전을 요구하는 주민들은 연현마을이 부럽기도 하지만 생존권을 위해 연현마을 주민들이 얼마나 필사적이었는지 알기에 축하를 보내면서 희망을 품어본다.

지난 22일 국수리에서 일진아스콘 주민대책위원장 최승필(복포리)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복포리에는 언제부터 살았나… 4년 전 아내와 함께 난생 처음 배를 타고 제주도로 놀러가던 중 사고가 났다. 타고 있던 배는 세월호였다. 침몰 전 갈비뼈 3개가 부서지며 가까스로 문을 부수고 아내와 함께 배를 탈출했다. 악몽과도 같았던 사고에서 살아남았지만 트라우마로 아내 건강이 많이 악화됐다. 특히 소리에 민감해져 외출이 힘들어지고 전화통화도 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러 조용한 곳을 찾아 양평으로 집을 짓고 내려왔다.

평생 아파트에서만 살다 조용한 전원생활을 하게 되니 아내는 산책도 하고 차츰 병세가 좋아지는 듯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냄새가 난다고 했다. 주변 공사장에서 나는 냄새에 예민하게 반응하나 했는데 악취는 점점 심해졌다. 어느 날 출근하다 굴뚝에서 엄청난 연기를 내뿜고 있는 아스콘공장이 눈에 들어왔다. 아스팔트를 태우는 냄새가 아침부터 새벽까지 시도 때도 없이 났다. 그 후로 외출을 자제시키고 군청과 경기도에 민원을 넣고 조사를 요구했지만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만 했다.

▲대책위 결성 배경은… 2년간 국민신문고, 환경부 등 할 수 있는 한 모든 곳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어느 곳에서도 해결해주지 않았다. 숨 쉬는 것도 조심스러워지자 건강도 점점 나빠졌다. 그 무렵 TV에서 아스콘의 위험성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면서 심각성을 깨닫고 이웃 주민들과 함께 진정서를 군과 도에 제출했다. 이후 보건연구원 검사결과 PAHs(다환방향족탄화수소)가 기준치보다 5000배가 넘게 나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고 생존권을 사수하기 위해 주민들과 함께 공장폐쇄 주민대책위를 결성하게 됐다.

딜라이브경동케이블방송사와 인터뷰를 나누고 있는 최승필 위원장

▲파악된 피해사례는… 복포리부터 파악 중이다. 지난 10년간 복포리에서는 6명이 암(폐암3, 유방암1, 간암 1, 위암1)으로 사망했고, 현재 4명이 투병 중이다. 공장에 가까울수록 인후통이나 비염, 알레르기 등을 호소하는 주민이 많다.

지난주에는 큰딸이 장염을 2주 넘게 앓아 병원을 갔더니 대장에서 용종이 발견돼 수술을 급하게 했다. 의사가 몇 달만 지났으면 암이 됐을 거라고 했다. 이사 온 지 3년이 넘었는데 용종크기가 2~3년 정도 된 크기라고 했다. 젊은 사람에겐 드문 경우라고 한다. 아스콘공장 영향이라고 보고 있다.

주민들이 피햬를 파악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군에서 역학조사 등 피해자 사례 등을 조사하는 적극성을 가지고 사태를 대했으면 좋겠다. 계속 민원을 넣어도 주무관 한명 왔다 갔을 뿐이다. 그간 주민들이 수없이 민원을 제기했지만 일진에 소음으로 인한 벌금 100만원을 내린 것이 전부다.

▲주민요구사항은… 공장 폐쇄 및 이전이다. 다른 대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공장 2㎞안에는 어린이집, 대학교 등 학교뿐 아니라 요양병원, 보건소까지 있다. 인구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공장 앞뒤로 주택밀집지다. 이주민들은 건강을 위해 온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 지역은 상수원인 남한강이 인접하고 각종 규제로 개발을 제한하는 지역이다. 어떻게 이런 유해시설이 들어올 수 있었는지 허가부터 살펴봐야 할 일이지만 관련법도 미비하고 담당자들도 전문성이 떨어지는 등 총체적 무능 행정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일진아스콘은 유해물질이 나오는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2008년 12월19일에도 대기배출시설 설치 신고를 하지 않고 조업해 대기환경보전법 23조 위반으로 폐쇄명령 처분을 받은 사실이 있다. 현재 일진아스콘에서 설치하고 있는 방지시설은 축열식 연소장치(RTO, Regenerative Thermal Oxidizer)라고 한다. 축열식 연소장치는 열교환기가 교대로 가열되고 냉각되는 열재생 원리를 이용해 연소에 필요한 온도까지 상승시켜 완전 연소하게 하는 장치다. 이 장치는 효과가 미미하거나 만족스럽지 않아 설치 공장과 RTO업체 간 소송을 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주민들은 방지시설을 원하지 않는다. 공장폐쇄가 주민요구다.

주민대책위 결성 후 위원들은 발 빠르게 행동하고 있다.

▲어려운 점은… 처음에는 담당기관의 무성의로 힘들었지만 최근에는 언론을 통해 크게 이슈가 되니 주민들이 의지를 보이고 있다. 신문보도를 통해 양평 정의당과 민주당에서도 다녀갔다. 정의당은 성명서까지 내며 성의 있게 도와주고 있다.

일진아스콘 측에서는 반성은커녕 일부 언론을 통해 주민들을 악성민원으로 이익을 챙기려 한다고 하고, 이장들을 매수해 주민탄원서 받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일부 이장들은 원주민과 이주민 갈등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대책위를 꾸려 조직적으로 위험성을 홍보하면서 동참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지만 아직도 일진아스콘 사태에 대해 모르는 주민이 많다. 현재 300명의 탄원서를 받았다. 가가호호 대책위원들이 방문하면서 탄원서를 받고 있다. 주민홍보뿐 아니라 주변 학교에도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대책위원이 지난 22일 대아초등학교를 방문해 설명했지만 아직은 중립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앞으로 계획은… 공장 폐쇄 명령이 내려진 이후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일진 측에서 순순히 명령을 따라준다면 좋겠지만 행정소송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은 할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해서 행정소송에 대비할 것이다.

양평군은 행정처분 권한이 경기도에 있다고 방관하지 말고 주민과 사업자, 경기도 사이에 중재자 역할을 적극적으로 해 주민이 특정유해물질로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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