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윤경 지음, 문학동네(2018)

수영장이 딸린 근사한 호텔.

책표지만 봐도 벌써 마음이 들뜹니다. 소녀와 가족은 부푼 마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떠납니다. 마침내 도착한 궁전 같은 호텔에는 멋진 수영장과 안락한 침대, 풍성한 만찬과 특별한 서비스, 쇼핑몰과 게임장은 물론 카지노까지 갖춰져 투숙객들이 지루해할 틈이 없는, 그야말로 파라다이스입니다.

그런 곳에서 소녀는 호텔 담장 밖에서 목말라 하는 소년과 할아버지에게 물을 떠주는 친절을 베풀고, 답례로 푸른 유리구슬을 받습니다. 그 유리구슬은 소녀를 새로운 세계로 안내합니다. 푸르른 산과 과실이 주렁주렁 달린 나무, 맑고 투명한 호수가 있는 곳. 소년과 할아버지와 아기들과 동물들이 자유롭게 살았던 곳. 바로 호텔이 들어서기 전의 낙원입니다.

아름답고 모두가 자유로웠던 그곳에 점령군처럼 들이닥친 사람들이 모든 것을 죽이고 파괴해버린 것이죠. 도로를 깔고 호텔을 짓기 위해서 말입니다. 소녀는 모든 걸 되돌리기 위해 또 다른 모험과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영화〈아바타〉와 제주 비자림로의 무자비한 벌목도 떠올리게 하는 책, 《호텔 파라다이스》. 화려한 호텔, 편리한 도로와 공항은 과연 누구를 위한 파라다이스일까요?

- 용문산동네서점 ‘산책하는 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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