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영 양평교육희망네트워크 운영위원

독립영화를 마을에서 상영하는 ‘토닥토닥 마을극장: 마을에서 독립영화 보자!’를 5월부터 하고 있다. 이 사업은 매달 한 편의 독립영화를 마을 주민들이 함께 본 후, 서로 얼굴보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꺼리’를 제공한다. 고맙게도 경기도교육청에서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으로 예산 지원을 해줘서 진행하고 있다.

마을극장 사업을 기획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우선, 양평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공통의 경험을 통해 공동체의식을 키워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양평에는 외부인의 유입이 계속 늘고 있고, 농사도 예전처럼 여러 명이 함께 하기보다 대부분 1~2명이 작업하는 형태로 진행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같은 마을 주민이지만, 생활하는 공간과 경험이 각자 다르다.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은 있으나,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 따라서 마을 구성원 간의 공통의 경험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높이는 활동들이 절실하다고 느꼈다. 그 중에서 영화는 매우 대중적인 문화 공유 매체로서 그런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영화 관람 후 감독과의 대화 시간도 진행한다. 이 시간에 함께 한 마을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나누는 활동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또 하나, 양평에는 영화관이 1개뿐이고 단관이어서, 다양한 영화를 접하기가 쉽지 않다. 개봉기간도 짧아서 좋은 영화라 생각하고 볼라치면 이미 막을 내려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작품성과 문화적 의미는 있으나 상업성이 약한 독립영화의 경우는 더더욱 접하기 어렵다. 극장의 입장을 생각하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그나마 개봉영화를 볼 수 있는 것만도 고마운 일이다. 아무튼, 이런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영화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했다. 그래서 마을에서 영화보기 사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마을상영이라는 영화배급 방법의 측면에서도 일조해 영화 제작자들의 의욕을 높이고 상생의 역할을 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사실 이 사업을 처음 기획했을 때는, 마을 구석구석을 찾아가 소규모로 오붓하게 영화보자는 생각이 있었다. 마을의 회관이나 게이트볼장 같은 시설을 이용하려 했다. 그러나 감동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설이 필요함을 알게 됐다. 면단위의 다목적복지관이 그나마 시설이 잘 돼 있어서 주로 이용하기로 했다.

지난 6월 영화상영을 한 지평면 망미1리 같은 경우, 마을회관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고 마을 주민과 이장님, 총무님의 협조가 잘 이뤄졌다. 덕분에 넉넉하고 따뜻한 상영회가 될 수 있었다. 한 회 두 회 거듭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해 보고, 생각지도 못한 상황들과 부딪힐 때도 있지만, 그러면서 조금씩 발전하고 있는 중이다.

어떤 일을 하다보면 주객이 전도되는 경우가 있다. 마을 사람들을 위한 사업인데 사업을 위해 마을 사람들이 동원된다거나, 관광객이나 전문가에 의해 마을 사람들이 소외되는 경우 등. 그래서 늘 염두에 두는 것은, 우리가 이 사업을 하는 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관객인 마을 사람들이다. 마을 사람들이 함께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공동체 의식을 키워나가는 것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 안에서 우리 아이들도 배우며 자랄 수 있도록.

매달 장소를 옮겨 가며 동부권 2곳, 중부권 2곳, 서부권 2곳 총 6곳에서 상영회를 진행하고 있다. 9월은 조현초 꿈마루 강당, 10월은 리버마켓 야외상영이 예정돼 있으니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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