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의원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 그와 얽힌 이야기들이 언론이나 SNS를 통해 회자됐다. 어떤 유명 사업가는 노 의원의 정의당 당대표 수락연설 동영상을 보고 생애 처음 정당에 입당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려 실시간 검색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 공영방송은 그가 동영상에서 언급한 ‘6411’번 버스, 청소노동자 등 새벽일을 다니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한다는 그 버스를 3일간 취재해 방영하기도 했다.

뒤늦게 알려진 그의 언행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일주일 만에 정의당 지지율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게 한 것은, 그가 ‘정치가 필요한 곳’에, ‘정치가 필요한 사람들 곁에’ 늘 있고자 노력했기 때문이 아닐까. 국민들이 진정 바라는 정치인은 똑똑한 사람도, 말 잘 하는 사람도 아닌 곁에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아파할 사람이다. (물론 노의원은 말도 잘했다. 그는 세상을 꿰뚫어보는 혜안을 갖고 분노를 유모로 표현할 줄 아는, 정말 말을 제대로 하는 정치인이었다.)

양서면 복포리 소재 일진아스콘 공장이 특정대기유해물질 다환방향족 탄화수소(PAHs)가 기준치보다 5000배 이상 검출돼 경기도로부터 폐쇄명령 처분사전통지를 받은 사실을 본지가 보도한 것은 한 달 전인 지난달 13일이다. 아스콘공장의 폐해는 양평뿐 아니라 여러 지역에서도 문제가 돼왔고, TV방송에서도 몇 차례 방영된 적이 있다. 복포리‧증동리 주민 110명이 경기도와 양평군에 주민 공동 진정서를 제출하고, 주민피해를 철저히 조사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주민들을 찾아와 이야기를 듣고 함께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인 정치인이나 정당관계자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양평에는 국회의원도 있고,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정의당 지역위원회가 모두 있다. 지방선거가 실시됐던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군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하던 사람들, 아침부터 밤까지 선거유세차량을 타고 한 표 달라고 했던 사람들, 양평군민을 섬기겠다고 하던 그들이 아직 양평에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지방의 정치는 4년에 한 번, 지방선거가 있는 시기에만 반짝하기 십상이다. 평소에는 정당의 지역위원회가 있는지, 주민이나 자치를 위한 활동을 하는지 실감하기 힘들다. 무대에 조명이 켜져야 연기를 시작하는 배우처럼, 선거라는 스포트라이트가 비쳐야 활동을 시작한다. 현역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지역의 관심이 쏠리는 일이나 생색나는 일, 표가 달린 민원에만 관심을 갖고 의정활동을 하는 군의원들을 너무나 많이 봐왔다.

노회찬 의원은 당대표 수락 연설문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정치한다고 목소리 높여 외치지만 이분들이 필요로 할 때, 이분들이 손에 닿는 거리에 우리는 없었습니다. 존재했지만 보이지 않는 정당, 투명정당, 그것이 이제까지 대한민국 진보정당의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이제 이분들이 냄새 맡을 수 있고, 손에 잡을 수 있는 곳으로, 이 당을 여러분과 함께 가져가고자 합니다. 여러분 준비되었습니까?’

더불어민주당 여주시·양평군 지역위원회가 지난 5일 새 집행부를 인선하고 대의원을 선정했다. 백종덕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대한민국이 너무나 살기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아야 하고, 나아가 입법 권력까지 우리 당에게 줘야겠다는 믿음을 국민여러분께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실천하기 위해 아스콘공장부터 방문하길 권한다. 김선교 자유한국당 여주시·양평군 지역위원장이야말로 11년을 양평군수로서 군정을 이끌어왔으니 누구보다 아스콘문제 해결을 위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적격자다. 양평 정의당은 9일 일진아스콘 진행상황을 묻는 전화를 신문사로 걸어왔다. 바른미래당 정병국 국회의원은 그가 얘기하는 새정치를 이번 기회에 입증해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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