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준 신한금융투자 영업부 부지점장

폭염에 집밖에 나가는 것이 무서울 정도다. 주말에 아들과 외식 약속을 해놓고도 뜨거운 차에서 땀을 흘리며 이동하는 것이 두려워 그냥 포기하고 에어컨에 의지한 채, 소소하게 식사를 했던 것이 지난 2주간의 모습이었다.

이런 이유 때문일까. 최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최악 위에 최악’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IMF 금융위기 때보다도 더욱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호소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여기에 소득주도 성장 정책과 그 후속의 최저임금에 대한 급속한 인상이 소상공인들을 더욱 옥죄어 들어오고 있다며 현 정부에 대한 성토를 이어지고 있고, 실제로 고공행진 하던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현재의 경제 상황과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정말 현 정부의 문제일까? 아니 경기가 최악이라는 진단이 정말 제대로 된 진단일까? 라는 의문에서부터 이 문제는 논의돼야 할 거 같다.

기업과 산업 분석을 주로 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꽤나 오래도록 한국 경제에 대한 불편한 논평과 레토릭(Rhetoric)을 들어오고 있다. 덕분에 경제 관련된 일을 하면서도 극히 소소하게만 경제전문 신문을 읽는 습관이 만들어졌다.

세계 최강의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삼성의 경우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던 거 같다. 최근에는 역사상 최대의 호황을 구가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처럼 자주는 아니지만 여전히 ‘중국의 추격 위기’라는 말은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정말 위기가 맞는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한국의 초거대 기업들은 그다지 위기라고 하기 어렵다. 물론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의 매출이 줄면서 과거보다 상태가 나빠진 것은 있지만, 초거대 기업의 거두인 삼성전자그룹은 역대 맛보기 어려웠던 호황을 구가 중이다.

이런 흐름은 한국의 경상수지 흐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2015년 최대치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최근 3년간의 흐름은 역대 최고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고, 올해도 전년대비 흑자 규모는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2010년 이전 평균치에 비해 4배 이상 증가된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즉, 수출상황은 여전히 나쁘지 않고, 초거대 기업들은 사상 최고 수준의 이익에 근접해 있는 상황이 유지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경기가 나쁘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인가? 보다 정확한 표현은 경기가 나쁜 게 아니고, ‘경기가 불균형하다’라는 게 옳다. 초거대 기업들의 경기는 전혀 나쁘지 않지만, 개인과 소상공인들의 경기는 최악의 상황으로 진행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기’를 이야기 하는 사람들의 말은 잘 살필 필요가 있다. 위기라고 이야기 하면서, 기업의 성장 운운 하는 사람들은 의도를 가지고 이야기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말을 해석해 보면, 현재의 불균형은 상관없다. 잘되는 기업들이 더 잘 되면 그만이라고 외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년과 동일한 수준의 GDP수준을 가지고 경기 최악을 운운하는 태도는 ‘의도성’이 짙어 보인다.

그렇다면 진짜 위기는 어디에 있는가? 다음 달에는 왜 현재 일반인과 소상공인들이 느끼는 경기가 최악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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