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희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세상이 정말 빠르게 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으로 남북, 한미, 북미, 미중 관계가 과거와 크게 변했다. 우리사회 내부도 크게 소용돌이 치고 있다. 갑자기 경험하지 못한 여러 사건들이 발생해 모두를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 중 대표적인 사건이 지난달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일어났다. 퀴어축제라는 낯선 동성애자들의 행사가 열려 수만 명이 모였다. 10여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행사였다. 이에 반대하는 시민, 보수 기독교단체와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또 다른 사건은 제주도에 예멘사람들이 수백 명이나 입국해 난민 신청을 한 것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가는 시민과 정부에 상당한 고민과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난민들이 각종 강력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괴담까지 돌아다닐 정도인데, 정부와 제주도자치정부는 여론의 추이를 보면서 해결 방안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특히 예멘 난민들에 대한 시각은 매우 다양한데, 여론조사나 주변의 이야기로는 부정적인 편이 훨씬 우세하다. 기왕에 우리나라를 살고자 찾아왔으니 우리사회 구성원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 등 다양한 생각이 충돌하는 양상이다. 가장 우려하는 시각으로는 저들 중에 난민을 가장한 이슬람극단주의 테러리스트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들이 노약자가 아닌 다수의 청년들인데 어떻게 난민이냐는 시각이다. 6·25전쟁에서 많은 피난민이 발생했고 노인과 여자, 어린이가 대다수였다. 우리의 생각과 달리 예멘사람들은 젊은이가 다수이니 이상하다며 가짜일 것이라는 시각이다. 집단으로 찾아온 것도 전문브로커가 개입된 것이라는 의심도 있다. 무비자 입국이 되는 멀고 먼 낮선 나라의 작은 섬까지 찾아오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조직적인 지원이 없다면 어렵다는 점에서 합리적 의심으로 볼 수도 있다.

이런 초유의 사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의 근본 원인은 다른 사람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뿌리 깊은 인식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 있다. 너무나 많은 외침을 받아왔기에, 우리도 모르게 낯선 이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또 하나는 기독교의 영향이다. 필자도 교회에 다니지만, 일부 목회자들이 이스라엘은 선이고 아랍은 악이라는 이분법적으로 설교를 하는 경우가 많고, 이것이 이번 아랍 출신 난민 사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본다.

우리가 가장 최근에 경험한 난민 사례는 월남 패망 이후 대량으로 발생한 베트남 보트피플이었다. 그 당시에 부산항에 상륙했던 난민들은 후에 미국이 수용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필자가 미국에 거주하는 동안 베트남 난민 출신을 여럿 만났다. 대학원 동기도 있었고, 아이들의 학교 친구들도 많았다. 의지할 곳도 돌아갈 곳도 없는 난민이라 그런지 대부분 공부도 잘하고 열심히 일을 해서 적응에 문제없이 잘 사는 구성원이 됐다.

예멘 출신 난민들이라고 다를 바는 없다. 생김새가 다르고 피부색깔이 다르다고 무조건 배척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들도 모국에 잔인한 전쟁이 나서 살려고 도망쳤으니, 청년이든 노인이든 전쟁 피난민인 것이다.

이 문제 해결의 열쇠는 정부가 가지고 있다고 본다. 즉 이들 중에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이슬람극단주의 테러리스트가 있는지 사법당국에서 정말 엄정하게 조사해 판별하고 만일 있다면, 추방하면 그만이다. 이들의 정체를 정확하게 알아내 시민들의 근심을 덜어주는 것이 정부의 우선적인 책무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들을 우리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주느냐의 문제와 관련해서는 사회적 합의도출이 필요하다. 순수한 난민으로 정착을 원하거나, 특히 전문직에 종사하던 고학력자와 전문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면, 대승적으로 포용해 구성원으로 받아들여도 무방하다고 본다. 이들은 우리나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이 될 수도 있다. 글로벌시대를 굳이 들춰내지 않아도, 이미 세상은 하나의 커뮤니티를 향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 추세는 어느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인 대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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