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시작되면서 양평오일장을 찾는 고객의 발걸음이 줄어들자 상인들도 자리를 비웠다. 장날 텅 빈 시장 주차장의 모습이 낯설다.

이번 무더위는 양평전통시장마저 녹여버렸다. 지난 3일 오후 2시께 찾아간 양평오일장은 한산하기만 했다. 절반이 넘는 상인들이 아예 노점을 펴지 않았고, 시장을 찾는 관광객이나 주민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양평오일장 명물 중 하나인 옛날통닭(시장사거리 위치)의 윤환순(60) 사장은 생존을 위협하는 무더위에도 장터를 지키고 있었다. 특히 고온에 튀겨내야 하는 일이라 온 몸이 땀범벅에 손님은 반으로 줄었지만 꿋꿋이 장사에 나섰다.

윤 사장은 “지난달 초까지는 줄을 서서 사가는 손님들로 북적였는데 보다시피 오늘은 손님이 없다. 이런 날씨에 시원한 마트를 가지 누가 장터를 찾겠나”고 푸념하면서도 “한 푼이라도 벌어야 하는 입장이라 나왔다. 용광로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 정도야 뭐…”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어려울수록 긍정적으로 세상에 맞선 모습에 숙연함이 절로 느껴진다.

이글거리는 태양열을 직격으로 맞고 있는 주차장 자리의 황량함은 더 심했다. 양산을 쓰고 가는 한 시민에게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아유 더워요, 잘못 나왔어”라며 급히 그늘로 피신하고 만다.

폭염에 오일장 매출이 급감했다. 생선을 팔러 나온 상인이 휴대폰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건어물 판매를 하고 있는 이승준(52) 사장은 “경기악화와 대형마트로 시장상인들의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가 특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전통시장은 망할 것”이라고 한탄했다.

더울수록 고객은 시원한 마트로 몰리고, 갈 곳 없는 전통시장 상인들은 살인적인 더위에도 생존을 위해 장터를 지킬 수밖에 없다. 상인들은 이 지긋지긋한 무더위가 언제 꺾일지도 걱정이지만, 지속되는 경기불황을 살려줄 대책이 더 목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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