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와 한 약속 반드시 지켜야

가족 동의와 주변정리도 꼭 필요

 ■웹프로그래머 원길호의 인생 제2막 농촌정착기 제2회

 

▲ ‘콩세알’ 계사로 쓰일 하우스 모습. 하우스 뒤쪽 부분이 망을 두르고 방사를 할 계획이다.

귀농을 결심하고 나서 처음으로 한 일은 ‘기록’이다. 내 자신이 아는 바가 적어서 정리가 필요했고, 나와 같은 누군가가 또 있다면 자그마한 도움이라도 되고 싶어서 기록을 했다. 그래서 귀농을 생각한 순간부터 결심하기까지의 내용을 우선 블로그에 올렸다. 앞으로의 모든 과정도 빠짐없이 기록할 생각이다. 가능하면 자금의 흐름까지도….

그 다음 한 일은 브랜드 명을 결정하는 일이었다. 직업이 웹 프로그래머이니, 귀농을 하게 되면 특기를 살려볼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브랜드명과 홈페이지 도메인을 생각하게 되었고, 금방 하나를 생각해 냈다. 

‘콩세알’ 이것이 내가 사용할 브랜드 명이다. 그 의미가 좋아서 간혹 아이디로 사용하던 것이라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 예전에 농부가 콩을 심을 때, 항상 세알씩 뿌렸다고 한다. 한 알은 새를 위해서, 한 알은 땅속 벌레를 위해서, 마지막 하나만 자신의 몫으로….

‘콩세알’은 공존과 나눔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쨌든 ‘알’은 알이다. ^^

그 의미처럼 단 한 알이라도 판매가 되면 수익의 10%는 기본적으로 나눌 생각이다.

그러나 쉽지 않은 길이기에 스스로 다짐을 해 본다. 

첫째, ‘쉬운 길로 가려 하지 말자’. 

친환경이나 유기농을 시도했던 사람들 중 많은 분들이 들어가는 힘에 비해 소득에 만족하지 못해서 또는 힘들어서, 오래 지속하지 못하고 관행 농법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그리고 농업 자재를 만들다 보면 편법으로 좀 더 쉽게 만들고자 하는 유혹이 생긴다. 다른 사람이 어찌 하던지, 나에게 고지식하다고 뭐라 하던지, 적어도 나는 원칙을 지키면서 묵묵히 가자. 타협하고 쉬운 길로 가려면 차라리 귀농을 접자.

둘째, ‘아무리 수익이 적더라도 나눔을 멈추지는 말자’.

애초에 쉽게 금전에 목적을 둔 귀농이 아니었다. 돈에 욕심을 냈으면 서울에서 하던 일 하는 것이 백배 낳다. 수입이 적더라도 지속적으로, 혼자만 가는 길이 아닌 주위를 돌아보며 같이 갈수 있는 방향을 찾아보자. 

셋째, ‘지식도 경험도 모두 나누자’. 

처음 정보를 모을 때, 알고 싶은 정보가 있는데, 특정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여 열람하지 못한 적이 있었다. 많이 아쉬웠다. 사소하든, 중요하든, 애초부터 내 것이 아니었으니 독점할 생각을 버리자. 물론 하다보면 나누기 아까운 정보도 있을 것이고, 욕심이 나는 지식도 있을 것이다. 그때는 처음 시작했던 마음을 떠올리자. 작은 것에 집착하지 말자고….

자, 이제는 구체적으로 준비해 보자. 우선 가족의 허락이 필요하다. 먼저 형제들을 모두 찾아가서 귀농 계획을 얘기했다. 다들 긍정적이다. 몇몇은 자금이 부족하면 지원도 해준다고 한다. 그리고 나서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다. 반응이 시원치 않다. 아버지께서는 농사 경험 부족을 이유로 걱정하신다.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 있나요? 배워가면서 하면 되죠’라고 말씀드렸다. 어머니는 ‘서울에서 편하게 살지 왜 힘들게 시골에 내려오려고 하냐’며 반대하신다. ‘서울에 사는 거 별로 재미없어요. 친구들 대부분 여건 되면 시골에서 살고 싶어 해요’라고 말씀 드리긴 했지만…. 어쨌든 허락을 얻긴 했다.

그 다음은 회사. 프로젝트 하나가 걸려있긴 한데, 언제 시작할지 모르는 프로젝트다. 일단 부사장님께 사정을 말씀 드리고 필요할 경우 원격에서 지원을 하기로 했다. 퇴직은 아니고 급여를 줄이고 재택근무 형태로 근무하는 것이다. 자원봉사 나가면 자금이 필요할 듯하여 시작한 아르바이트 프로젝트 하나가 있는데, 이건 5월까지 마무리해야 한다. 어느 정도 개발 한 이후에는 원격에서 지원 가능하기 때문에 5월 초나 중순 정도면 귀농이 가능할 듯하다.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주변에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에게 귀농얘기를 했더니, 반응이 폭발적이다. ‘정말 내려가냐’ ‘유정란 잘 되면 노하우 좀 전수해 줘라. 나도 내려갈 계획이다’ ‘배운 기술 썩히기 아깝지 않냐’ 등등… 

‘나 잘하고 있는 거 맞지?’ 스스로에게 질문해 본다. 한동안은 이 질문을 두고두고 생각할 듯하다.

 원길호 씨의 ‘콩세알 귀농일기’ 블로그(http://3bean.tistory.com/)를 방문하시면 더욱 자세한 내용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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