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은경 유별나눔회 대표

오십년을 살아오면서도 일회용생리대를 쓰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가까운 지인이 말했다. 면생리대를 17년간 써오고 있다고. 일회용생리대 말고 다른 것은 생각 못했는데 그때부터 그 ‘생리대’라는 것을 생각해보았다.

지난해부터 일회용생리대 파동으로 면생리대를 만들기 시작했다. 일회용생리대는 합성계면활성제, 표백제, 방부제 등 각종 유해물질이 함유돼 있어 질염이나 가려움증, 생리통을 유발하고 많은 여성들이 짓무름과 냄새 등의 불쾌감을 호소하고 있다.

또 일회용생리대를 만들기 위해 나무가 사라지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만 연간 20억개 이상의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다. 생리대 소각 시에는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발생하며, 매립하면 분해하는데 수백 년이 걸린다.

하지만 면생리대는 여성의 소중한 아기집(子宮)을 유해물질로부터 보호하고 속옷처럼 세탁해서 3~5년 이상 사용 가능하기에 경제적이다. 여성의 건강도 지키고 환경도 살리는 실천이다. 하지만 일회용생리대에 비해서 구매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 게 단점이다.

지난 2016년 5월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운동화 깔창을 사용한다는 여중생의 이야기는 사회적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깔창생리대’ 사연이 알려진 후 단체, 개인의 기부뿐 아니라 기업에서도 생리대 후원이 잇따랐다. 평생학습센터 김은경 교육사의 정보제공으로 농촌재능나눔 공모사업에 선정돼 바느질은 삐뚤삐뚤 서툴렀지만 면생리대를 만들어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에게 나눠주는 재능나눔 봉사를 1년간 열심히 했다. 그러나 단지 빨아 쓰는 것이 귀찮아서 사용하지 않을 거라는 편견으로 면생리대와 일회용생리대를 함께 지원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생각이 조금 더 깊어졌다.

친환경 면생리대를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에게 무상 지원해 건강을 지키고 환경을 살리기 위해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모았다. 좋은 뜻에 함께 하는 사람들과 그렇게 ‘유별나눔회(ybnanum.org)’는 한걸음을 내딛게 됐다. 지난 2월 설립해 현재 후원회원 50명. 유별한 그녀들이 모였다. 각자 하는 일도 있고 바쁘지만 유별을 위해 재능 기부하는 소중한 사람들.

유별나눔회는 우리사회에 확산돼야 할 나눔의 정신과 건강한 삶의 가치를 함께 한다. ‘유별한 그녀들의 소중한 선택’을 슬로건으로 저소득층 여성에게 친환경 면생리대를 지원함으로써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경제적 도움과 건강증진 및 환경 살리기를 실천하는 게 목표다.

지난 4월 저소득 여성 청소년에게 면생리대 무상지원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단월·용문·개군면의 청소년 40명을 지원했고, 내년 3월까지 12개 읍면 130명에게 면생리대를 전달할 예정이다.

얼마 전 면생리대를 사용해보겠다고 초등학생이 유별공방을 찾아왔다. 아빠와 단둘이 산다며. 너무도 기특하고 대견해 세탁방법도 알려주면서 잘 쓰고 있는 게 인증되면 평생 쓸 생리대를 선물하겠다고 했다. 누군가에게 주는 기쁨, 보람 있고 뿌듯하고 정말 행복했다.

한 땀 한 땀 만든 착한 소재 면생리대를 세상 귀한 내 몸을 위해, 세상 귀한 내 딸을 위해, 세상 귀한 지구를 위해 함께할 후원자를 기다린다. 우리 모두가 함께하면 더 빨리 좋아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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