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업에 따른 실질적인 대책 마련해야

일진아스콘이 다음달 31일 1급 발암물질 배출로 폐쇄명령을 앞두고 있지만 계획관리 지역으로 조업중지 명령이 불가한 상태에서 공장폐쇄도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주민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일진아스콘 부지 경강로 1215번지는 계획관리지역, 자연보전권역, 배출시설 제한지역으로 관리되는 곳이다. 계획관리지역(2008년 지정) 내에는 공장입지가 불가하기 때문에 내릴 수 있는 행정조치는 폐쇄명령 뿐이다(입지가능이었다면 조업정지 명령도 가능하다).

일진 측은 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및 폐쇄명령 취소 소송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에서 집행정지 가처분을 받아준다면 소송기간 중 공장 가동을 중단 시킬 수 없다. 엄격히 관리돼야 하는 보호구역이 오히려 규제 때문에 법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비슷한 사례가 전국에 많기 때문에 법원에서 폐쇄 판결을 내릴 경우 수 백 개의 아스콘공장이 문을 닫아야 해 현실적으로 폐쇄 판결이 나오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경기도의 행정처분이 오히려 일진에게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가져오게 됐다”며 무책임한 행정을 비판했다.

 

◇ 아스콘 피해 전국적으로 확인

복포리 한 주민은 “공장 옆에 살던 주민 3명이 폐암에 걸려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투병 중이다. 진폐증에 걸린 주민이 있는가 하면 인근 축사 소들이 유산을 하는 등 각종 피해 사례가 있다”며 “공장을 지켜보면서 숨 쉬고 있는 것이 얼마나 공포스러운 일인지 아느냐. 무능한 행정에 세금을 내고 있다는 사실에 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대아초등학교 한 학부모는 “아스콘은 운송시간이 1시간30분가량 밖에 허용되지 않아 새벽에 이동하기 위해서인지 한밤중에도 타이어 타는 냄새가 난다”며 “냄새를 맡고 있으면 구역질이 날 정도인데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들이 유독물질을 마시며 학교를 다닌다고 생각하니 너무 끔찍해 이사를 가야하나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아스콘 공장 주변 지역이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주장이 새롭게 나오면서, 아스콘 공장 주변 마을 피해사례는 전국 곳곳에서 확인된다.

전북 남원 내기마을에서는 10년 전 전원생활을 꿈꾸며 마을로 귀농한 한 주민이 5년 만에 식도암에 걸려 숨지는 등 40여명 남짓한 마을에서 10년간 15명이 암으로 숨졌다.

전북 익산 장점마을은 지하수에서 PAHs가 검출됐다. 이 마을은 피부암 발병률이 전국 평균보다 30배 높게 나타났다. 주민 80여명 중 12명이 암으로 숨졌고, 11명이 투병 중에 있다.

아스콘 공장과 불과 50m 떨어져 있던 의왕경찰서에서 7년간 4명이 암으로 사망하고 10여명이 천식 등의 질환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주민피해 느는데 관련 규정 마련 지체돼

지난 18일 경기 안양에 있는 한 아스콘 공장 앞에서는 사용중지명령을 받은 아스콘 회사가 공장 재가동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인근 연현초교 학부모 40여 명이 무릎을 꿇고 “우리 아이들을 살려달라”고 읍소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특정대기유해물질 배출시설의 설치 허가 규정은 있지만 아스콘 공장에서 배출되는 각종 물질을 규제할 조항이 없어 이 같은 사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부는 2009년부터 PAHs 등 유해물질 16종을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해왔으나 9년간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환경부에서 벤조피렌 등 8개 유해물질의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거쳐 입법 예고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규정이 생기기 전까지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