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건 제안 발표한 인수위 보고서, 비공개 입장
위원들 ‘공개’ 요구에 정 군수 “시점 정해 발표”

지난달 19일부터 약 한 달간 민선7기 정동균 군수의 군정방향과 개혁과제를 도출하기 위해 활동한 정동균 군수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가 지난 20일 해단식을 가졌다. 인수위는 이날 38페이지 분량의 요약보고서를 공개하고 백서로 만든 최종보고서의 공개를 요구했지만 정동균 군수는 “충분한 검토를 거쳐 시점을 정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비공개 이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투명한 군정과 소통을 강조한 정동균 민선7기가 선거기간 내내 비판했던 ‘깜깜이 행정’을 되풀이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20일 정동균 군수 인수위원회 해단식에서 위원들이 정동균 군수와 기념촬영을 가지고 있다.

인수위가 해단식에서 발표한 요약보고서는 각 부서별·사안별 과제 및 대안을 71개로 정리했다.

하지만 이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진단 결과가 제시되지 않아 인수위가 어떤 기조로 방향성을 설정했는지가 불투명하고, 전체적인 맥락을 파악하기도 어렵다.

다만, 임승기 인수위원장은 경과보고에서 “정동균 군수의 새로운 ‘양평호’가 성공적인 항해를 하려면 배의 총체적인 기능과 안전을 철저히 점검함은 물론 외부감사제도를 도입해 지속적으로 가동해야 한다. 가장 먼저 할 일은 구석구석 쌓인 비리와 적폐, 무능을 씻어내는 것으로, 이는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한 부분에서 어느 정도 방향성을 짐작할 수는 있다.

임 위원장은 또 “모든 분야의 전문가, 미래학자들로 도시계획위원회를 구성해 중장기 도시계획을 세우고 수정 보완해가야 한다”며 “경제, 문화, 환경 분야에서 삶의 질을 중심에 두는 정책, 청년과 젊은 부부들이 살고 싶은 양평이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임 위원장의 발언을 유추하면 인수위는 적폐청산과 새로운 도시계획이라는 두 가지 틀을 두고 백서를 제작했다. 하지만 이 백서를 받은 양평군은 어떤 입장도 내놓고 있지 않다. 해단식마저 기자들이 질의할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은 채 마무리했고, 백서 공개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정동균 군수가 백서 공개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사안에 따라 내부적으로 면밀히 검토해서 정책으로 실현하는 것들에 대해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하겠다”며 부분공개를 거론하자 인수위 위원들은 반발했다.

임 위원장은 “인수위원회 보고서가 군수님이 앞으로 펼칠 행정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것도 있지만, 군민들에게 공지를 한다면 군수님의 행정에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며 공개할 것을 권고했다.

이철순 부위원장 역시 “인수위 회의에서 (백서를)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며 “군수 공약집에도 각종 위원회 내용을 군민의 알권리를 위해 공개하겠다고 했고, 이것이 어떻게 집행이 되는지 지켜볼 수 있는 감시자의 역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감사원 국장 출신인 김영진 인수위원도 “양평군 공무원사회가 폐쇄적인 부분이 있는 걸 느꼈다. 기자는 물론 군민들에게도 최종보고서를 공개해 투명한 행정을 펼치는 것이 군민들을 위하고 군수를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수의 위원들이 공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자 정 군수는 “잘 검토해서, 있는 그대로, 공개시점을 정해서 발표하도록 하겠다”며 비공개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섰지만, 구체적인 시기를 특정하지 않아 언제 공개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그나마 정 군수는 차후 공개를 약속했지만 실무진에서는 백서의 비공개를 공공연히 말하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지난 25일 백서 비공개 이유와 향후 군정 반영 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정 군수의 선거캠프와 인수위원회를 거쳐 정책비서를 맡고 있는 이수진 비서는 “백서 비공개는 법률자문을 구했다. 정책반영에 대해서는 기획조정팀장에게 묻는 게 좋겠다” 등의 말을 한 뒤 “질문을 메일로 보내주면 답변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입장을 보내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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