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러 3각 경제협력의 실현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으며, 특히 전력·가스·철도 분야의 협력이 우선 추진될 것인지의 여부가 주목을 끌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동방경제’라고 부르고 현 정부가 ‘북방경제’라고 일컫는 동북아지역 경제협력은 작년까지만 해도 실현가능성이 불투명한 구상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2월 평창올림픽에 이어 4.27 남북정상회담 및 판문점선언과 6.12 북미정상회담 및 싱가포르선언으로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가 빠르게 진전되면서 마침내 ‘북방경제’ 구상의 실현가능성이 탄력을 받게 되면서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게 됐다.

그동안 우리 경제가 수출주도형 성장에 의존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수출주도 성장을 떠받치는 토대가 세계무역기구(WTO) 및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대표되는 시장개방이었다. 그러나 우르과이라운드(UR)에 이어 세계무역기구의 추가 시장개방을 결정하려는 협상이었던 도하개발아젠다(DDA)가 10년 이상 협상 자체가 중단된 상태에 있고, 자유무역협정도 이미 주요 무역상대국과 모두 체결해 버렸기 때문에 우리 경제의 성장기반으로서 시장개방 전략은 현실적으로 한계에 다다른 상태이다.

이에 WTO·FTA 등과 같이 시장개방이 주도하는 성장전략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기반으로서 동북아지역 경제협력이 꾸준히 주목을 받았다. 현 정부가 강조하는 소득주도 성장이 주로 대내적 수요 확대에 기반한 성장전략이라면, 이와 더불어 대외적인 수요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서 ‘동북아지역 경제협력’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으로 대표되는 남북경협과 북방경제로 대표되는 동북아 경제협력을 선순환의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남측에게도 새로운 성장 기반을 제공하는 것과 동시에 북측에게도 국가경제발전전략을 촉진시킬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편, 남북관계 개선과 동북아지역 경제협력은 우리 농업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남측의 쌀과 북측의 곡물 혹은 지하자원을 유무상통의 원리에 따라 민족내부 간 거래 방식으로 교역하는 것은 북측에게는 부족한 제1식량(쌀) 공급을 늘릴 수 있게 하고, 남측에게는 쌀의 수급안정 및 가격안정을 가져다줄 뿐만 아니라 변동직불금과 같은 정부의 재정지출 부담도 줄일 수 있게 할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식량교역을 확대하고 정례화 해 (가칭)남북공동식량계획을 통해 식량생산의 역할분담 및 내부교역을 체계화시켜 나간다면 남과 북 모두에게 식량자급률을 높이고 식량주권을 강화하는 역사적인 전환점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게다가 남북의 식량분야 협력과 동북아 농업개발을 선순환 관계로 연계한다면 남북 공동의 식량주권을 확고하게 다질 수도 있다. 특히, 동북아지역 경제협력을 통해 철도와 도로, 전력과 에너지 등 인프라가 구축될 것이기 때문에 동북아지역 농업개발을 통해 생산되는 식량의 저장·보관·운송·물류 등을 위한 인프라가 갖춰지는 것과 같다. 동북아지역 경제협력과 농업개발이 서로 보완적인 관계에 있는 것이다. 현 정부가 구상하는 한반도 신경제지도와 북방경제협력에서 농업개발이 포함된 것도 이 때문이다.

남북관계의 해빙과 한반도 평화의 진전이 우리 경제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우리 농업에게도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 7월1일자 한국농정신문 오피니언에 실린 글입니다.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