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제를 일으킨 기업의 대표나 정치인이 국민들에게 사과하면서 종종 ‘유감이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유감의 뜻을 네이버사전에서 찾아봤다.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이라 한다. 한자어로 보면 남길 유(遺), 섭섭할 감(憾)이다. 직역하면 섭섭함이 남는다는 의미로 잘못을 인정하는 말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 말이 사과의 의미로 읽히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우선 그 쓰임새를 보면 자기가 직접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지만 조직의 대표나 관련자로 사과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주 등장한다. 즉, ‘직원의 잘못 때문에 일어난 문제’에 대해 마음이 편하지 못하고 섭섭하다는 뜻이다. 결국 유감은 사과가 아니라 난 잘못이 없다는 강변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해를 한 사람, 직접 당사자가 피해자에게 유감이란 말을 잘못 쓰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는 사과와 함께 유감이란 의미도 있는 ’Sorry'나 'Regret'가 잘못 번역되는 데에도 까닭이 있다. 유감이라 표하면 마치 사과한 것처럼 보도하는 언론이나 시민들의 생각을 바꿔야 한다. 유감이란 단어가 사과로 둔갑하면서 책임자의 책임 회피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사과는 당사자가 구체적으로 잘못을 인정하는 말인 반면에 유감은 3자의 입장에서 말하는 화법이다. 또한 유감은 사과를 받아야 하는데 쉽지 않은 상황일 경우 타협의 단어로 쓰이는 매우 정치적인 단어다. 이 경우 유감을 사용하는 쪽이나 받아들이는 쪽이나 무책임하고 비겁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유감’이란 말을 악용하는 사람들에게 유감이다.

- 최형규 서종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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