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밤, 6·13 지방선거 개표방송을 보느라 잠을 설친 분들이 많을 것 같다. 투표 후 오후 7시부터 개표가 시작됐지만 군민들이 가장 관심 있는 양평군수 선거의 최종 개표 결과를 알기까지 8시간이 필요했다. 정동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한명현 자유한국당 후보가 박빙으로 엎치락뒤치락 하며 마음을 졸이게 한 탓도 있지만 광역단체장이나 국회의원재보선 등 중앙정치 중심의 선거보도도 한 몫 했다.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45분까지 8회에 걸쳐 본지 인터넷 홈페이지에 개표결과를 업데이트했는데 새벽 시간임에도 2500여명의 독자들이 기사를 검색했다. 답답했던 것이다. TV채널을 아무리 돌려도 양평군 선거기사는 가뭄에 콩 나듯 나오고, 군의회·도의회 선거 개표결과는 아예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방선거는 지역언론에게는 존재 이유를 증명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본지는 창간 3년만인 2014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맞이했지만 아쉬움이 많았다. 현직인 김선교 군수와 무소속 김덕수 후보의 대결이라는 다소 단조로운 선거 구도를 고려하더라도 지역에서 선거 아젠다나 정책대결 분위기를 만들기에는 여러 가지로 여건이 충분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는 작지만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

우선, 언론의 취재역량 강화다. 양평 지역언론의 경우 대부분 취재기자가 1~2명에 불과하다. 본지의 경우도 3명에 불과한데 기존의 취재영역을 넘어 선거취재에 투입할 여유가 적다. 중앙일간지의 경우 한 명의 기자가 한 정당을 커버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지역언론에게는 언감생심이다. 게다가 이번 선거처럼 4개 정당에 무소속 후보까지 7명이 출마하는 상황에서는 기자 모두를 선거취재에 다 투입해도 불가능하다. 취재기간 동안 선거캠프에서 특정 후보나 정당에 편파적이라는 불만을 제기했는데 인력부족으로 생긴 오해가 대부분이다. 그마나 이번 선거에서 고무적인 것은 취재를 통해 기사를 생산하는 타사 일부 기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점이다. 앞으로도 상호협력을 통해 취재역량을 보강할 수 있다면 ‘속보’와 ‘단독보도’라는 유혹을 조금은 내려놓을 생각이다.

둘째는, 정책선거 분위기 조성이다. 본지는 지난해 11월부터 6개월 동안 ‘지방선거사-온고이지신②’, ‘주민이 제안하는 선거공약’, ‘제대로 알고 똑바로 뽑자’, ‘후보별 정책공약 소개’와 양평군수 예비후보자 토론회 개최를 통해 정책선거 분위기를 주도했다. 본지 지면을 통해 공약을 제안한 군민들이나 공개적으로 정책을 물은 양평경실련, 양평군청공무원노동조합 등은 누가 주권자인지를 똑똑히 알고 있었고 후보자들에게 당당히 요구했다.

이번 지방선거를 지난 대통령선거의 연장선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촛불혁명’을 내가 사는 지역에서도 완성하자는 유권자 의식이 그것이다. 지방선거 도입 이래 두 번째로 높았던 투표율과 후보자 당락에 영향을 미친 사전투표가 그것을 입증한다. 그동안 불만이 있어도 양평사회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주민들이 ‘참여하면 변한다’는 생각을 행동화한 것으로 읽힌다.

다음달 1일이면 민선 7기와 제8대 양평군의회가 시작된다. 따가운 시선을 견디며 권력에 대한 비판과 견제라는 지역언론의 사명을 잊지 않을 것이다. 이번 선거를 축제로 만든 양평군 주권자들에 대한 믿음이 자연스레 이런 다짐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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