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군수에게 바란다

최근희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북미정상회담으로 국민의 관심에서 다소 빗겨났던 지방선거가 무사히 끝났다. 양평군의 미래 4년을 이끌 새로운 군수도 선출됐다. 양평군민들은 새로 당선된 군수에게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새 군수의 과제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역시 양평군의 지역경제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비전이라 생각한다. 특히 좋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대안을 만들어 성공적으로 군정을 이끌기를 희망한다.

얼마 전 온 나라가 걱정하던 자동차메이커 GM Korea의 부도위기 사태는 가까스로 모면했다. 그러나 위기의 근원이었던 군산시 GM공장은 결국 문을 닫고 말았다. 군산시는 엄청난 사회·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약 1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고, 여기서 일하던 근로자 가정은 물론, 군산시의 도시경제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난제 앞에서도 군산시와 전라북도 지역 지도자들의 두드러진 역할이 보이지 않았다. 시장, 시의원, 도지사, 도의원, 국회의원 등 지역의 지도자들은 이런 위기 상황에 자신의 직을 걸고라도 유력기업을 어떻게든 살려내겠다고 나섰어야 한다. 노조는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노력을 해도 해결이 쉽지 않은 난제 앞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요구만 하면서 빈축을 샀다. 실적부진을 남 탓만 하면서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맬 생각이 없었으니 냉엄한 시장경쟁체제에서 이러한 결과를 맞이한 것이다.

1993년 독일의 유명 자동차기업인 폭스바겐사의 위기극복 사례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것이 아쉽기만 하다. 회사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던 폭스바겐사는 이 위기 타개를 위해 10만 명의 종업원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노조는 고민 끝에 대안으로 스스로 주 4일만 근무하겠으며 근무시간이 준만큼 임금의 대폭삭감도 받아들이겠으니 해고는 말아달라고 요청했고, 이것이 회사를 되살려내는 계기가 되었다. 필자는 혹시나 하면서도 이 상생사례를 따랐으면 하는 기대를 했었다.

최근에 일자리 관련 참신한 뉴스가 광주광역시에서 전해졌다. 광주시와 시장이 주도하는 자동차 공장 설립계획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몇 년 전부터 광주시는 관내 빛그린산업단지에 대규모 자동차공장 부지를 마련하고 투자유치에 나섰다. 최근에 현대자동차는 이곳에 거액을 투자해 승용차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광주시에 현대자동차 조립공장이 새로 들어서는 셈이고, 이 공장이 성공리에 자리 잡으면 약 1만2천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이 사례에는 몇 가지의 참신한 특징이 있다. 첫째는 현대가 투자를 발표했지만, 이 공장은 현대자동차공장이 아니라, 여전히 광주시의 자동차 생산 공장이다. 생산라인을 현대차가 일정기간 이용할 뿐이다. 만일 독일의 벤츠사가 투자를 한다면, 이 공장은 투자자인 벤츠사가 주문하는 벤츠자동차도 생산할 수 있는 유연한 주문자 방식의 조립공장인 것이다. 둘째로 특이한 점은 이 공장 근로자들의 임금수준이다. 기존 자동차근로자 임금의 절반 수준인 연간 약 4천만 원이다. 이 자동차 공장에서 일할 근로자들은 주로 고졸이 될 것이다. 고졸근로자 임금 기준으로 보면, 연봉 4천은 고임금의 매우 좋은 직장이므로 유능한 젊은 인력들이 많이 지원할 것이다.

광주시의 새로운 시도는 기존 자동차노조의 반발 등 넘어야 할 과제가 있으나,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아주 바람직한 정책이다. 양질의 한국인 근로자들의 임금이 이 수준이라면, 앞으로 국내외의 많은 자동차회사들의 관심과 투자가 쏟아질 수 있다. 특별히 투자유치가 쉽지 않은 지방정부인 광주시가 이 사업을 주도한다고 하니 성공을 기원해 본다.

새로 선출된 양평군수도 과거처럼 정부의 강한 규제 때문에 ‘어렵다, 안 된다’라고 하기보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정책을 발굴하고,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지역경제의 획기적 도약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새 군수의 새로운 리더십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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