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자들의 대화에서 많이 등장하는 말 중에 ’집사람‘이란 말이 있다. 혹은 ’안사람‘이라 하기고 한다.

집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아내를 겸손하게 이르는 말이라 한다. 집사람은 집안에 있는 사람. 즉 여성은 집안일에만 충실해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사실 ’아내‘ 또한 안((內))과 해가 합쳐진 ’안해‘에서 변형된 단어로 집안에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남편을 ‘바깥양반’이라 부르는 말과 함께 ‘집사람’은 남편과 아내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한다. 이는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다.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은 차별로 이어진다. ‘집사람’처럼 무심코 던진 말이 여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나 태도를 심어줄 수 있다. 물론 지금 여성이 집안에만 머무는 존재이며 사회에 관심 갖거나 목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특정 문제로 남성과 여성이 대립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수면 아래 가라 앉아있던 차별 의식이 적대적인 행동으로 떠오른다. 이런 현상은 평소 무심코 쓰는 성차별적인 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말은 가랑비에 옷 젖듯이 은연중에 사람들의 행동을 규제하고 통제하기 때문이다.

‘집사람’이란 단어는 여성을 차별하는 남성중심의 단어다. 간혹 예전 안방의 일에 남편이 관여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여성에 대한 존중의 표현이라는 주장도 있다. 백번 양보해 그렇다 하더라도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말은 적합하지 않다.

특정한 성에 적합한 역할이 정해져있다는 신념(?)은 오랫동안 우리사회를 지배했다. 이제 그런 신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평소 쓰는 말 한마디에 더 고민을 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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