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를 일주일여 앞두고 다양한 연령과 계층, 동·서 지역의 유권자들을 만나 속내를 들어봤다. 이미 마음을 굳힌 주민들도 있지만,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도 나타나듯 아직도 고심을 거듭 중인 주민들이 많았다. 이들의 고민이 양평지역 전체 유권자의 의견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귀 기울일 만한 민심이기도 하다. 인터뷰 내용을 정리해 싣는다. (공동취재)

 

▶몰라서 못 찍는다(조00·남·20대)… “생에 첫 선거다. 친구들과 함께 사전투표를 하기로 했는데 후보자를 놓고 서로 의견이 갈렸지만 몇 가지 합의를 보았다. 우선 정당소속 군수후보는 배제하기로 했고, 지지정당은 통일했다. 도지사와 교육감은 정보가 부족해 패스하기로 했다. 도의원과 군의원은 각자 알아서 찍기로 했는데, 나는 후보를 아직 못 정했다. 여기도 패스할 가능성이 높다.”

 

▶아이들 미래 달린 교육감 선거 중요(김00·여·20대)… “교육감 선거는 ‘교육 소통령’으로 불리며 누가 당선될지 교육계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정작 이를 뽑는 유권자들은 무관심한 것 같다. 유권자들의 눈길을 끌만한 신뢰성 높은 공약이나 교육정책도 아쉽다. 학생들의 미래를 이끌어갈 교육의 지역수장을 뽑는 일인 만큼 유권자가 관심을 갖고 교육에 적격한 인물을 가려내는 것이 중요하다.”

 

▶대중교통 공약 낸 후보 찍을 터(장00·여·30대)… “현재 5살 남자아이를 키우는 전업주부다. 정치에 별 관심이 없다보니 이전 지방선거에 한 번도 투표를 하지 않았다. 정치인에 대한 불신 때문인 것 같다. 한 표가 소중하지만 누가 당선돼도 별반 달라지지 않는 것 같다. 주변 엄마들도 유세차 시끄러워 빨리 선거가 끝났으면 하지 어떤 후보가 어떤 보육정책을 제시했냐 등 선거 얘기는 하지 않는다. 대중교통이 많이 불편한데, 이 분야에 좋은 공약을 낸 후보가 있다면 찍어줄 것 같다.”

 

▶어느 선거보다 유권자 관심 높아(이00·여·40대)… “선거운동은 지난 대선 때 처음 해보고 이번이 두 번째다. 이번에 직접 선거운동을 하며 많은 것을 느꼈다. 우선 주민들의 선거에 대한 관심이 상당하다. 후보자도 많고, 지지율도 박빙이다 보니 선거운동도 과열되고 있다. 주민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이 생각했던 것보다 크다. 젊은층은 물론이고 노년층에서도 이런 얘기를 서슴없이 하신다. 양평의 미래를 결정할 선거에 많은 분들이 참여하길 바란다.”

 

▶누굴 찍을지 고민(신00·남·40대)… “아이 때문에 이사 온 지 7년째이고, 지난 선거에는 누가 누군지 몰랐다. 촛불정국이 시작된 재작년에 민주당에 인터넷으로 가입했고 대선도 치렀다. 그런데 양평군의 민주당지역위원회는 기대치 이하다. 온·오프라인 어디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또 후보자 자질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비록 당원이지만 당내 후보에게 투표를 할지 고민이다.”

 

▶빨간 옷은 싫어(이00·남·50대)… “서울에서 살다가 고향인 용문에 내려와 10년째 사업을 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군청공무원들과 접촉할 기회가 많다. 양평공무원 문화도 후진적이고 서비스질도 형편없다. 요즘은 양평보다는 이천, 남양주 일을 많이 한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번엔 공무원 출신이 더 이상 군수가 돼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해 빨간 옷은 안 찍을 참이다.”

 

▶민심 헤아려 실천할 후보 선택(김00·남·50대)… “도시에서 택시운전을 하다 귀촌한 지 8개월밖에 안됐고, 고향에서 접하는 첫 지방선거라 기대도 많이 된다. 후보들이 너나할 것 없이 자신을 지지해달라고 안간힘을 쓰는데, 무엇보다 민심에 귀를 기울여 당선 후에도 주민들이 요구하고 바라는 바를 흔들림 없이 실천하는 사람을 선택할 거다. 아, 그리고 회전교차로의 올바른 통행방법도 많이 홍보해주세요, 제발.”

 

▶이장 횡포 없어야 이주민과 화합 가능해(박00·남·60대)… “서울에서 이사와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이장의 횡포다. 이장이 이토록 막강한 힘을 휘두르는 권력자인지 몰랐다. 집을 지으면서 다툼이 생긴 이후 사사건건 트집을 잡아 퇴직 후 내려온 전원생활을 망친 기분이 든다. 마을에도 안 좋은 소문을 퍼트렸고, 농협에서 나눠주는 떡도 우리 집만 주지 않았다. 원주민과 이주민의 갈등을 조장하는 이장의 전횡을 막고 화합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무음’ 선거운동 할 순 없나(황00·여·60대)… “쩌렁쩌렁한 확성기 소음에 정신이 하나도 없고 전화 통화조차 할 수 없는 지경이다. 거리 곳곳이 운전자의 시야를 가리는 현수막 홍수다. 주민의 공복으로 일하기 위해 표심을 얻겠다는 후보자들의 선거운동 방식이 시민 불편을 가중시켜서야 되겠는가. 확성기 소음이 없는 조용한 선거, 후보들만의 축제가 아닌 유권자들의 선거 축제가 돼야 한다.”

 

▶공약 남발보다 지킬 수 있는 정책 필요(김00·남·70대)… “거창한 개발공약보다는 당장 코앞에 닥친 현실적인 교통문제나 정화조 설치 등 지역현안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 선심성 공약보다 박원순 서울시장처럼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을 고민하는 군수가 선출되길 희망한다.”

 

▶양평 바뀌려면 공직자출신 군수 안돼(이00·남·80대)… “평생을 양평에서 살았다. 양평은 군청 공무원들의 권력이 대단하다. 잘 못 보이면 대가를 톡톡히 치른다. 미래를 보고 정책을 세우고 주민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수 있는 군수가 필요하다. 양평 공무원들은 전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퇴직하고도 관피아가 돼 각 기관의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민생에는 관심이 없는 공무원은 이제 지겹다.”

 

▶비례대표 선거에도 관심 가져야(이00·남·80대)… “비례대표는 소수 정당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도입된 제도인데, 그 의미나 선출방법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선관위에 전화를 걸어 몇 명을 뽑는 지 물어봤지만 교직에서 은퇴한 나도 설명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양평에는 힘이 약한 사람들이 많다. 그런 약자들의 의견을 대변해주는 소수 정당의 후보가 군의회에 진출하면 좋겠다. 힘 있는 거대 양당에 치우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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