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흔히들 운전을 못하고 회전하는 방법을 몰라 좌회전과 우회전을 할 차례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직진만 하는 사람’이란 설명이 나온다. 어떤 단어에 대한 설명일까? 답은 ‘김여사’다.

가끔 신문과 방송에도 등장하는 이 단어는 ‘운전이 미숙한 사람’ 외에도 황당한 상황을 초래하는 운전자나 예의 없는 태도의 운전자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된다. 우리나라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성씨인 ‘김’씨에다 중년의 여성을 의미하는 ‘여사’를 붙여 ‘흔하게 볼 수 있는 중년 여성’임을 강조하고 있다.

과연 운전이 미숙하다는 사실이 비난과 조롱의 대상인가? 초보운전 시절 주변 차량의 빵빵거림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안절부절 못했던 난감한 경험은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능력이 조금 부족하거나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부족함이나 잘못을 지적할 수는 있지만, 그런 사람들을 특정한 성별이나 계층의 사람으로 싸잡아 규정하는 것은 차별이며 폭력이다. 아무 생각 없이 던지는 ‘김여사’란 말에는 여성에 대한 편견과 중년이란 나이에 대한 나이주의가 깔려있다.

미숙한 운전자가 남성인지 여성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당연히 중년의 여성일 것이라 단정하는 판단에는 남성중심의 편견이 담겨있다. 바로 여성은 (남성에 비해) 운전을 포함해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다는 편견이다.

‘김여사’라 부르면 남성으로서 자존감이 높아지는가? 결코 아니다. 그런 면에서 ‘김여사’라는 말은 남성우월주의의 서글픈 자화상이기도 하다. ‘김여사’란 단어 뒤에 숨어있는 남성들의 비겁함이 부끄럽다.

- 최형규 서종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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