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규 서종중 교장

달력을 보면 숫자 아래 작게 표기된 기념의 날이 많다. 이처럼 국가가 지정한 기념일엔 ‘스승의 날’도 있다. 학교 선생님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날이다.

과거 스승의 날이면 아이들은 자그마한 손으로 선생님의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 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청탁금지법으로 카네이션도 대표 학생이 아니면 달아 줄 수 없다. 학교는 교사를 마치 잠재적 범죄자처럼 모는 현실에 불만이 많다. 그런 시선이 불편해서 그날 하루 쉬는 학교도 생기고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 청와대에 스승의 날 폐지 청원이 올라왔다고 한다. 교사가 행복하지 않고 오히려 부담과 자괴감이 들 정도라면 굳이 스승의 날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

이 날의 폐지여부를 떠나 ‘스승의 날’이란 말은 어떤가? 대부분의 선생님은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책임을 다하고 있다. 그럼에도 간혹 ‘교사는 있지만 스승은 없다’는 조롱을 받기도 한다. 교사와 스승은 같은 말인가?

스승은 특정한 직업을 의미하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삶과 성장에 좋은 영향을 미친 사람은 스승이 될 수 있다. 반면에 교사는 일정한 자격까지 요구하는 특정한 직업 중 하나다. 적어도 스승이 아닌 ‘직업으로서의 교사’를 강조한다고 비난하진 말아야 한다. 교사가 그 역할에 충실할 때, 평생 잊지 못할 스승도 되는 법이다.

5월15일을 스승의 날로 정한 이유는 세종대왕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교사는 감히 ‘스승’이란 이름으로 세종대왕과 비견되길 원하지 않는다. 교사는 교사로 최선을 다하면 된다. 여러 가지 이유로 ‘스승의 날’은 부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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