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규 서종중 교장

좋은 헌법은 국민의 삶을 평안하고 행복하게 한다. 최근 개헌 때문에 세상이 시끌시끌하다. 일부에서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을 ‘제왕적 대통령제’ 개헌이라 부르기도 한다.

대통령제는 기본적으로 법을 만드는 입법부, 집행하는 행정부, 적용하는 사법부의 3권 분립을 강조한다. ‘제왕적 대통령제’란 대통령의 권한이 다른 기관에 비해 너무 막강해 독재로 이어질 수 있음을 우려하는 말이다. 1973년 미국 닉슨 행정부를 지칭한 말로 처음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번 개헌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주권과 기본권, 지방분권을 강화하여 오히려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제왕적’ 대통령제 개헌이라 규정한 이유는 ‘제왕적’에 담긴 부정적 이미지 때문이다. 때론 논리보다 감정이 앞서기 때문에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기보다 국민의 감정과 정서에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제왕이란 단어는 일단 나쁜 것으로 받아들이기 마련이다.

헌법이 우리 삶과 직결되는 까닭은 헌법이 국가권력구조 뿐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왕적 대통령제’란 말을 사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된 논의는 차단된다. 대신 제왕이냐 아니냐의 국가권력구조 논쟁만 커진다. 일종의 프레임이다. 결국 ‘제왕적’ 이라는 논쟁 프레임에 갇히는 순간 기본권과 같은 개헌의 핵심 내용이 흐릿해진다.

이처럼 말은 생각과 행동을 왜곡하거나 초점을 흔들리게 하는 놀라운 힘을 갖고 있다. 헌법의 주인이 국민이라면, 국민이 쉽게 개헌안을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적합한 단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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