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와 야구, 농구, 배구 등 프로 스포츠가 인기다. 얼마 전 그 중 가장 인기가 높은 프로야구가 2018 시즌 개막전을 치렀다. 개막전에서 눈여겨 볼 장면은 10개 팀의 선발투수 중 외국인 투수가 9명을 차지했다는 점이다. 토종 선발 투수는 삼성의 윤성환이 유일했다. 그만큼 우리나라 프로 스포츠 경기에서 외국인 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이런 현상의 찬반논쟁을 떠나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선수를 흔히 ‘용병’이라 부르는데, 왠지 불편하다.

용병이란 ‘일정한 보수를 지급하고 병역을 담당하는 군인’을 말한다. 기원전 13세기 고대 이집트 람세스 2세는 1만여 명의 용병을 고용했다고 하니 용병의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다. 그 뒤로도 많은 왕과 국가가 용병을 써서 전쟁을 치렀다.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용병을 고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자국에서 군대를 징집하는데 따르는 반발을 줄일 수 있고 전투력이 강한 용병은 전쟁에서 승리할 확률을 높이기 때문이다.

승리가 우선인 프로경기에서 실력 있는 외국인 선수를 뽑는 건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그 선수를 굳이 전쟁에 참가하는 군인에 빗댈 이유는 없다. 스포츠는 전쟁과 다르다. 전쟁이 갈등에 기반한 행위라면 스포츠는 경쟁에 기반한 행위다. 공정한 규칙을 지켜야 하고 선의의 경쟁이 중요하다. 그래서 승패를 떠나 서로 악수하고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전쟁에 공정한 규칙은 없으며 패배는 곧 죽음이다. 스포츠를 전쟁터처럼 생각할 수 있기에 용병이란 말은 인권감수성이 결여된 말이다. 인권친화적인 전쟁은 없기 때문이다. 전쟁은 폭력이며 인권침해일 뿐이다.

- 최형규 교장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