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제안하는 선거공약③

김용필 (사)빈야드 포 칠드런 이사.

지난 2007년부터 양평군내 아동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지역사회복지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대상자는 취약계층부터 일반가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실천이론이 넘쳐나는 시대에 몸으로 직접 아이들을 만나고 많은 활동가들과 소통하면서 아동 및 청소년, 그리고 활동가들의 욕구를 조금이나마 체감할 수 있었다. 상당부분 양평에 필요한 것들이고 민과 관이 협력한다면 그 욕구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민간 활동가들이 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군 차원의 정책적·재정적 뒷받침이 수반돼야만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면 하드웨어적인 부분의 지원이다.

지난해부터 양평지역에 청소년 지원 필요성이 대두됐다. ‘관’주도로 ‘와락’, ‘별빛누리’ 같은 청소년공간이 생겨났고, 양평농협 중앙지점 지하에 청소년복합문화공간 조성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 공간들에서 ‘민’주도로 ‘체인지 메이커’, ‘청포도시’라는 청소년주민자치위원회 프로그램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모두 청소년 역량을 강화시켜 청소년을 마을을 변화시키는 주체로 성장시키는 프로그램이다.

민과 관의 협력은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런 기류가 특정지역을 넘어 양평 모든 마을로 확대되고 있다. 양평읍의 경우 2018년 읍 정책 중 청소년·청년 활동지원에 대한 부분이 큰 비중으로 다뤄지고 있으며, 실제로 양평읍 주민자치위원회와 지원방안을 세우고 있다. 양동면은 양동도서관에 청소년공간을 설치했으며, 단월면은 단월주민자치위원회와 협력해 청소년 공간 지원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처럼 아동·청소년 분야에 조금씩 움직임이 일어나고 가능성이 희미하게 보이고 있다.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양평은 아동·청소년 정책에 있어서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한다. 긍정적 의미로 이제 시작이기 때문이다. 이미 그려진 그림을 고치는 것보다 새로운 그림을 그리는 것이 어찌 보면 쉬울 수도 있다. 우리 군과 군민들은 충분히 잘 그려나갈 수 있는 역량과 열정이 있다. 민과 관이 협력한다면 양평이 ‘청소년 활동의 불모지’에서 전국의 ‘우수사례’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아이들도 그 속에서 행복하지 않을까? 그런 소망을 담으며 몇 가지 제안을 해본다.

 

2017년 개소한 양평읍 ‘별빛누리.’ 청소년들이 강좌, 토론회, 보드게임, 동아리활동 공간으로 자유롭게 이용하고 있다.

◇ 읍·면 단위의 아동·청소년 협의체 구성

청소년기본법은 군단위의 아동·청소년 협의체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읍·면단위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보니 협의체 구성이 전무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에 따른 문제는 청소년의 활동을 지원하는데 소극적이며, 지역편차가 심하다는 데 있다. 양평읍, 용문면, 양서면, 단월면, 지평면의 경우 개인이나 활동가집단의 역량에 따라 협약도 맺고 지원책도 고민하는 등 자생적으로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하지만 그 외 지역은 아직 뚜렷한 활동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이미 활동을 하고 있는 지역도 체계가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아동·청소년들도 주민으로써 다양한 활동을 보장받아야하지만 체계가 없다보니 늘 지원의 한계에 부딪히고 필요성마저 사라지는 게 현실이다. 이에 법적·행정적 지원체계를 구축해 각 읍·면마다 아동·청소년 지원을 고민하게 하고, 청소년들도 주체로 참여할 수 있게 하는 협의체 구성을 제안해 본다.

 

◇ 읍·면마다 청소년공간과 상근인력 지원

양평읍, 용문면은 청소년문화공간이 각각 설치·운영되고 있다. 양동면도 전용공간은 아니지만 도서관 내에 청소년공간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그 효과와 만족도는 대체적으로 매우 높다. ‘와락’은 학부모와 아동을 대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고, ‘별빛누리’도 2000명이 넘는 학생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11개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문제는 다른 면지역에는 청소년이 이용할 공간이 전무하다는데 있다. 지평면 ‘날개’와 단월면 ‘선물상자’는 학부모를 중심으로 후원회를 조직해 자체 공간을 마련하고 봉사를 통해 운영하고 있지만 어려움이 많다. 그래도 아동·청소년 공간이 아예 없는 지역보다는 나은 편이다.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고 청소년에게 안정적인 공간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전용 공간이 구성돼있는 2개 지역(양평읍, 용문면)을 제외한 나머지 10개 면지역에 3년간 공간지원과 함께 공간을 관리할 수 있는 상시인력을 지원하면 좋겠다. 공간지원에 따른 예산 5000만원, 상근인력 1명과 프로그램비 5000만원 등 1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10억원이면 12개 읍·면 모두에 청소년을 위한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5억은 시설비로써 첫해만 소요되니 결국 2년차부터는 고정 5억원이 소요된다. 사업단계를 3년간 준비된 마을부터 순차적으로 지원해나간다면 부담스럽지 않을 것이다.

또 12개 읍·면에 공간을 조성하면서 지역 간 소통이 가능하도록 거점시설을 지정해 운영한다면 정보공유와 인적자원 교류 등 시너지효과가 발생될 것이다.

공간 및 관리인력 지원을 통해 마을마다 청소년을 고민하고, 청소년을 성장시키는 세대 간 소통이 일어난다면 아이들이 양평을 좀 더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16년 개소한 용문면 ‘와락.’ 학교밖 청소년과 초등학생, 학부모까지 다양한 대상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 모든 세대가 소통하는 청소년 수련관 건립

청소년활동진흥법 제11조 1·2항은 ‘시장·군수·구청장은 청소년수련관, 청소년문화의집을 각각 1개소 이상 설치·운영해야 하며 청소년특화시설, 청소년야영장 및 유스호스텔을 설치·운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틀어 청소년 활동시설로 명명하고 있다. 양평군도 청소년문화의집과 청소년수련관을 설치·운영해야 하지만 현재는 전무한 상태다. 양평군 복지계획에 따라 청소년문화의집 건립이 추진 중에 있다고 알고 있다.

양평은 타 지역에 비해 청소년 활동시설의 건립이 늦은 편이다. 긍정적인 측면은 운영에 따른 좋은 사례들을 벤치마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작년에 전국 최우수시설로 선정된 ‘홍은 청소년문화의 집’을 방문해 2시간 남짓 부관장님과 면담을 한 적이 있다. 그곳이 전국최우수시설로 선정된 가장 큰 힘은 운영을 위한 수익사업을 하지 않고 지자체가 100% 운영비를 지원해 아이들이 맘껏 이용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 점이다. 또 작년 6월에 방문한 ‘하자센터’와 전라남도 광주의 ‘삶디자인센터’는 기존 청소년수련관 운영의 틀을 깬 것이 인상적이었다. 청소년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세대 간 소통이 일어나고, 청소년이 스스로 진로를 찾아가는 과정이 매우 우수했다.

좋은 시설을 갖추기 위해서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이고, 안정적으로 재정을 지원해주면서 세대 간 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기존의 틀을 벗어버린 시스템의 개혁이 필요하다.

 

▲ 청소년시설 관리하는 ‘청소년 전담팀’ 구성

지역에 청소년시설이 증가하다보면 행정적 관리체계도 복잡해지고 일도 늘어날 것이다. 그 만큼 공무원의 업무가 가중되게 된다. 청소년재단을 만들기도 하는데 재단이 건강하게 운영되면 문제없지만 재단의 성격에 따라 청소년사업이 좌지우지되거나 획일화되는 것이 문제다. 주민복지과에 청소년전담팀이 구성된다면 민과 관이 소통하며 각 지역의 색깔을 분명히 가져갈 수 있지 않을까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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