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서점 ‘더좋은문호리책방’

널찍한 공간과 깔끔한 인테리어, 높은 테이블은 차 한 잔을 앞에 놓고 책 읽기에 제격이다.

언론에선 책을 읽는 사람이 줄어든다고 매년 야단하지만 1인당 독서량은 큰 변화가 없다. 독서인구는 계속 줄지만 책 좋아하는 사람은 여전히 읽기를 즐긴다는 얘기다.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책을 1권 이상 읽은 사람 중 ‘매일’ 또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읽는 독자는 성인은 10명 중 2명, 학생은 5명 정도다.

그래서일까? 책 읽는 사람들을 위한 문화 환경도 다변화하고 있다. 쇼핑센터의 대형서점은 안락한 소파를 제공하고, 동네 안에 가정식서점은 편안한 분위기로 독자를 맞이한다. 요즘은 출판인이나 애독자들이 자신의 독서취향을 드러낸 서점을 직접 열기도 하는데, 수익률 따져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지난달 서종면 문호리 상권에 중고서점 ‘더좋은문호리책방’이 문을 열었다. 문호리에 중고서점이라고? 청계천 골목의 옛날 책방이나 어린이전집류를 주로 취급하는 서점을 떠올렸다면 문을 여는 순간 반전이 기다린다. 상가 3층에 위치한 중고책방은 북카페다. 입구엔 1000원에 판매하는 이벤트 책과 문구류들이 보기 좋게 놓여있다. 중문을 들어서면 초콜랏브라운색 서가에 새책 같은 중고책이 1500여권 빼곡히 꽂혀 있다.

서점 입구에 놓인 1000원짜리 이벤트 도서. 눈썰미가 좋으면 대어를 낚을 수도 있다.

중고책은 원성윤(34)·조소연(33) 부부의 애장도서와 새로 매입한 책들이다. 여느 서점처럼 인문, 사회, 철학, 어린이 등으로 분류돼 고르기 쉽다. 가족과 함께 오는 30~40대 고객이 많아 여성, 어린이책을 특화할 계획이다. 판매가격은 정가의 20~80% 수준인데, 새로 들여놓은 책은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매주 업데이트하며 택배 주문도 가능하다.

중고책 매입은 2010년 이후 출간된 신간 위주다. 훼손이 심하거나 낙서가 있는 책은 정중히 거절한다. 매입가격은 정가의 10~20% 수준인데, 좋은 책을 이웃과 나눈다는 마음이면 큰 불만은 없을 것 같다.

지난해 11월 문호리로 이사 온 양평 새내기 부부에게 문호리는 카페와 음식점은 즐비한데 주민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문화 공간, 지적 쉼터는 부족해보였다. 원 씨는 “중고책방이 지역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주민들 모임 공간으로 대여하고, 문화강좌를 여는 일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원성윤·조소연 부부

원 씨 부부는 신고식을 톡톡히 치르게 한 겨울을 보내고 부부를 반하게 만든 문호리의 봄과 여름을 기대하고 있다. 야근과 스트레스로 이어지는 10년 기자생활과 8년 IT개발자생활을 뒤로 하고, 곧 첫돌을 맞는 자녀와 함께 새로운 생활을 꿈꾸고 있다.

■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토요일 정오~오후 6시) 일요일 휴무

■ 위치: 서종면 중미산로5 3층

■ 가격: 중고책 1000원~, 중고책 매입, 음료 3500원~, 모임장소 대여(2시간 기준, 1인당 차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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