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군 씨름선수단, 새해 첫 장사 도전

IBK기업은행 2018 설날장사씨름대회

올림픽으로 온 국민이 동계스포츠에 푹 빠져있지만 명절에는 전통 스포츠 씨름이 빠질 수 없다. 우리 민족이 즐긴 씨름 역사는 깊다. 고구려 고분에 씨름벽화가 나온다. '씨름'이라는 말 자체도 순전히 우리말로 '시루다'가 어원이다. '두 사람이 힘을 겨룬다'는 뜻이다. 씨름은 조선시대에 민속놀이로 정착되면서 대표적인 민중놀이가 됐다. 지난 10일 ‘IBK기업은행 2018 설날 장사씨름대회’ 준비로 막바지 담금질이 한창인 양평군청 씨름선수단을 만나러 용문생활체육공원 씨름훈련장을 찾았다.

신택상 감독, 탁다솜, 이재안, 홍성용, 이귀선, 장성복, 홍성준, 이귀선, 유환철, 남영석, 김보경

2012년 창단 후 설날 장사 배출 3회

2018년 첫 씨름대회 준비에 씨름훈련장은 선수들의 뜨거운 열기가 가득했다. 이들은 지난 9일 제주에서 한 달간의 동계훈련을 마치고 올라왔다. 모래판 위에 오른 선수들이 서로의 샅바를 움켜쥔 채 뜨거운 한판 승부를 펼친다.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에 선수들의 몸은 모래로 뒤덮이고 어느새 얼굴에는 구슬땀이 흐른다. 잡채기, 들배지기 등 화려한 씨름 기술은 TV로 보던 씨름 경기에서는 느낄 수 없는 박진감을 준다.

양평군청 씨름선수단은 2012년 2월10일 선수 5명으로 정식 창단했다. 감독은 용문 다문초교와 용문초교 코치를 거쳐 서울 연신중학교 감독을 역임한 신택상 감독이 선임돼 이끌고 있다. 창단 이래 꾸준히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5명에서 10명으로 선수단 규모도 커졌다. 선수들은 신 감독의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군의 지원을 성적 비결로 꼽았다.

씨름체급은 백두급(105.1㎏ 이상), 한라급(90.1~105㎏), 금강급(80.1~90㎏), 태백급(80㎏ 이하) 4체급으로 나뉜다. 정규대회는 각 체급별 장사를 뽑고 체급구분 없이 출전하는 천하장사는 연말 천하장사대회에서 뽑는다. 대개 천하장사는 백두급 선수들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역대 최고의 승률 씨름의 황제 이만기는 경남대 시절 한라급으로 천하장사에 오르기도 했다. 이 체급 명칭은 한국 국적을 가진 씨름인에게만 적용되며, 남성 외국인 경기의 경우 체급 구분 없이 진행한다.

홍성용이 뒤집기를 하고 있다.

군청 씨름선수단은 태백급 이귀선‧이재안‧유환철‧홍성준, 금강급 홍성용, 한라급 김보경, 백두급 남영석‧장성복‧탁다솜 등 10명이다.

역대 설날 대회에서는 이재안과 장성복이 장사에 올랐다. 183㎝, 80㎏의 미남 씨름선수 이재안(31)은 양평군청 씨름선수단 주장을 맡고 있다. 2014년 용인백옥쌀 씨름단에서 양평군청에 합류했다. 그는 입단 첫해 설날씨름대회에서 생애 첫 장사 타이틀을 거머쥐며 창단 3년 만에 첫 황소 트로피를 팀에 안겼다. 이 경기를 통해 만년 2등 선수라는 꼬리표를 떼며 기분 좋게 새해를 시작한 그는 한 달 후 보은장사씨름대회에서도 태백장사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부상으로 주춤했던 이 선수는 “2015년부터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며 성적에 대한 조급함이 생기기도 했다. 주변에서 많은 격려를 해주고 계신다. 이번 설날대회에서 장사를 목표로 최선을 다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남영석,과 탁다솜

장성복(38)은 190㎝, 145㎏의 양평군을 대표하는 선수로 2014년 서울시 동작구청에서 양평군청으로 둥지를 옮긴 후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2014년 설날대회 백두장사에 이어 추석대회 백두장사, 2015년 설날 백두장사, 2016년에는 생애 첫 천하장사에 등극하며 명실공히 국내 최고선수 반열에 올랐다. 현역 최고령 선수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꾸준히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는 장성복은 “신택상 감독과 인연으로 왔는데 양평군과 궁합이 잘 맞는지 계속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장사가 된 이후로 군민들이 많이 알아봐 주시고 응원해주신다.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올해도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신택상 감독은 “선수에게 가장 큰 적은 부상인데 장 선수는 큰 체격에 비해 몸이 유연해 부상이 적다. 오랜 선수 기간 동안 수술 한번 없이 자기 관리를 잘 하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쌍둥이 형제 씨름선수 홍성용 홍성준(형, 오른쪽)

훈련 중인 선수들 중에는 쌍둥이 형제도 있다. 홍성용 홍성준(27) 형제는 양동면 계정리 출신이다. 신 감독의 제자들로 화려한 기술을 모래판에서 뽐낸다. 홍성준은 “처음에는 내가 더 잘했는데 동생이 키도 더 크고 덩치가 커지면서 요즘은 내가 진다”며 웃었다. 서로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하며 실력을 키워가는 쌍둥이 선수들은 팀의 젊은 피로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신 감독은 조심스레 이번 설 대회에서 2016년 동작구청에서 입단한 한라급 김보경 선수를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 모래판에서 연습에 매진하는 선수들과는 달리 김보경은 체중조절을 하느라 훈련에는 참여하지 않고 선수들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김보경은 “장사된지가 오래됐다. 이번 대회에 맞춰 준비를 많이 했다”며 “대회까지 3㎏정도 감량해야 하지만 컨디션이 좋아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초창기 민속씨름 중계방송은 평균 시청률이 30%를 넘나들었다. 1988년 이만기와 이준희가 맞붙은 천하장사 결승전은 68%라는 경이로운 시청률을 올렸다. 경기가 길어지면 중계방송 아나운서는 "9시 뉴스는 씨름이 끝난 다음에 보내 드리겠습니다"라는 안내를 하곤 했다. 지금은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그 당시는 그랬다.

신택상 감독

신 감독은 이번 대회는 KBS파업으로 공중파 방송이 아닌 KBS N에서 중계를 해 많은 사람들이 못 보는 것을 아쉬워했다. 그는 “씨름 열기가 예전만 못하지만 지난해 국가무형문화재(제131호)로 지정됐고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도 추진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문화”라며 “모든 선수들이 성실하게 동계훈련을 통해 기술 훈련으로 올 시즌을 철저히 준비해온 만큼, 좋은 성적으로 양평의 위상을 높이겠다. 설 명절 가족들과 TV를 보며 많이 응원해달라”고 부탁했다.

※ 2018 설날씨름대회에서는 김보경이 한라장사, 남영석이 백두급 4품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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