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걸 발행인·대표이사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말이고 아름다운 말이다. 거기에 진심이 실리면 더없이 소중한 말이다. 또 역사를 바꿀 수도 있는 위대한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말 한마디가 나오는 게 별 것 아닐 것 같아도 며칠, 몇 달 혹은 수십 년이 걸리는 수도 있다. 평생 응어리를 안고 끝끝내 못하고 죽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말은 때가 있다 이 기회를 놓쳐버리면 일이 꼬인다. 낯간지러워 어물어물하고, 체면 차리다 입도 못 떼고 둘러대다 딴 길로 새고, 본심과 다르게 사태는 엉뚱하게 튀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렇지만 사람 사는 일인데 한번 기회를 잃었다고 해서 영영 돌이킬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게 명절이 아닐까 싶다. 새해를 두 번 맞는 것은 이런 면에서 행운이다.

보통 성탄절이나 새해 첫날 핸드폰 문자나 전화로 안부와 덕담을 주고받는다. 의례적인 인사나 심지어 내용을 복사해 대량으로 뿌려대기도 한다. 그래도 나름 마음이 전달된다. 하지만 막상 마음을 전할 상대에게 속내를 내비치지 못했다면 이번 정월 초하루인 설을 활용하시길 권한다. 그러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하다. 쑥스럽더라도 ‘어머니 사랑합니다’, ‘아버지 고마워요’, ‘여보 미안해요’, ‘선생님 죄송합니다’라고 진심을 담아 말해야 덫에서 벗어나고 뒤엉킨 관계를 풀어가는 실마리를 찾는다.

가족이나 개인 간에도 이럴진대 공무를 집행하는 일에서야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요즘 양평공사의 인사 및 납품비리를 두 달이 다 되도록 모르쇠로 일관하는 양평군과 군의회를 보며 시민들이 국민감사를 청구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검·경도 수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다. ‘죄송합니다’, ‘군민께 내막을 밝히고 법대로 처리하겠습니다’라고 했으면 될 일이었다. 때를 놓치니 수습은 멀어지고 사태는 날로 악화된다. 두려워서 그랬든 교만해서 그랬든 이젠 군민에게 용서를 빌고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 이번 설이 그들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른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때를 모르는 지도자가 성공한 예가 없다. 최근 한 정치인은 국정원 특활비 수사에 대응하는 이명박 정부 인사들의 대응을 두고 “10대 맞고 끝날 일을 100대 맞아도 해결할 수 없는 형국으로 몰고 간다”고 맹비난했다. 제 목소리에 귀가 멀어 듣고 싶은 말만 들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 무리들은 결국 감방신세를 지고 말았다. 모두 제때 판단을 못한 결과다. 이게 그들만의 불행이던가. 국가적 망신이요 10년 동안 국민들은 고통스러웠다는 증거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을 수 없도록 사태를 키우는, 교만에 빠져 군민을 업신여기는 양평군과 군의회에 우리들이 기대할 바가 있겠는가? 솔직해질 용기도, 수습할 의지도 없다면 김선교 군수는 말할 것도 없고 군민들도 불행한 10년으로 기록될 게 뻔하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세월호 참사 이후 대통령 탄핵 때까지 거리마다 울려 퍼진 노래다. 이것이 교훈이다. 이제 매서웠던 긴 추위도 한풀 꺾여 새봄을 맞이하는 기대가 커지는 설 명절 연휴다. 우리는 이번 설에 군수와 군의원들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듣기를 기대한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냉대 받은 군민들 가슴에 역사를 바꿀 만큼 진실성이 담긴 노래는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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