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선수 700여명 훈련 매진

숙박시설·식당가 함박웃음

 

동계 전지훈련 스포츠팀이 '겨울 효자'로 부상하면서 지자체의 마케팅 전쟁이 치열하다. 발걸음이 끊겨 곳간이 비어가는 마을에 돈이 풀리기 때문이다. 양평지역의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지난달 26일 용문면에 동계 전지훈련을 온 유도선수들을 만나러 용문국민체육센터를 찾았다.

지난달 26일 용문국민체육센터에서 단체 훈련 중인 400여명의 유도 선수들.

모든 스포츠에서 한해 농사를 좌우하는 것은 동계훈련이다. 때문에 프로와 아마추어를 불문하고 긴 겨울 동안 착실하게 훈련하는 것에 승부를 건다. 대개 동계 전지훈련지는 따뜻한 기후, 적절한 일사량, 비와 바람이 적은 자연환경, 특화된 스포츠 인프라, 신선하고 맛깔스러운 먹거리 등이 잘 갖춰져 있는 제주, 전남, 경남 등을 주로 찾는다. 각 지자체들은 훈련시설과 다양한 인센티브를 내세우며 동계 전지훈련 유치를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양평군은 남녀 유도 국가대표 상비군 동계 전지훈련 및 전국 초·중·고·대학·실업유도팀 동계전지훈련을 유치했다. 편리한 교통과 우수한 체육시설, 관광 인프라 등의 입지조건을 내세웠다. 꾸준히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는 양평군 직장유도경기부(이하 양평군 유도팀)의 위상도 한몫했다.

열심히 훈련중인 양평군 유도팀 한장수(청색)

이번 전지훈련은 양평군 유도팀과 상비군의 주도로 지난달 15일부터 3주간 용문국민체육센터, 용문중·고등학교, 지평고등학교 실내체육관 등에서 진행됐다, 상비군 50여명을 비롯해 전국의 내 노라 하는 유도선수 700여명이 훈련에 참가했다.

훈련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용문국민체육센터는 400여명의 함성과 매트에 내리꽂는 업어치기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한 선수와 훈련이 끝나면 옆에 있는 선수와 대결을 한다. 훈련이 시작된 지 10분도 지나지 않아 선수들의 도복이 땀에 젖는다. 관중석에는 응원을 온 학부모들이 아들의 훈련모습을 동영상으로 찍고 있다.

체코에서 온 청소년 대표팀 선수들

선수들 중에는 파란 눈의 선수들도 눈에 띈다. 체코에서 온 청소년 대표팀이다. 이들은 유난히도 추위가 맹위를 떨치던 대한(大寒)에 용문에 도착했다. 새벽 6시부터 용문생활체육공원 축구장에서 한 시간 반 동안 하는 야외훈련을 하고 새벽훈련은 생략하기로 했다. 이들에게 동계훈련이 어떠냐고 물으니 “매우 좋은 훈련이다. 굉장히 만족스럽다. 추위만 빼고”라며 웃었다.

아들을 응원하러 울산에서 올라온 한 학부모는 용문산 근처 펜션에서 일주일간 머물고 있다. 전지훈련을 여러 번 따라다녔다고 한다. 용문 전지훈련은 어떤지 물으니 “연습장이 따뜻하고 쾌적해 훈련하기에 좋다. 울산에 비해 시골이지만 음식점이나 펜션 주인이 친절해 푸근한 인심을 느낀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양평군 유도팀

문화체육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의하면 이번 동계훈련 유치는 11억4000만원의 지역경제효과가 예상된다. 군은 이번 동계훈련에 3500만원을 지원했다. 소요예산에 비해 경제파급효과가 크다. 스포츠팀이 단체인 데다 장기간 머문 효과다. 숙박비를 포함한 1인당 체류 경비를 하루 6만원 상당 지출하는 것으로 본다. 이 비용은 고스란히 지역민 소득으로 돌아온다.

관광 비수기를 맞은 지역 상권 입장에선 가뭄의 단비다. 훈련시설에 인접한 숙박시설과 식당은 계절성 특수로 수입이 짭짤한 상태다. 주변 숙박업소 측은 "(선수단) 예약이 많아 다음 달 초까지 일반 손님을 받기 힘들다"고 말했다. 용문산 주변과 면내 음식점들도 함박웃음이다. 식성 좋은 선수들로 매출이 많이 늘었다. 저녁에는 추운 날씨로 밖에 나가기 힘들어 족발‧치킨‧피자집들이 바쁘다. 상인들은 “재료가 떨어져 주문을 다 받지 못하기도 했다”며 “미안해서 선수이름을 적어 놓고 다음에 서비스를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용문의 음식점들은 선수단 덕분에 톡톡히  특수를 누렸다.

지자체들은 차별화된 인센티브를 앞세워 마케팅 전을 펼치는 중이다. 진주시는 선수단 편의 제공을 위한 동계 전지훈련 전담 창구를 마련하고, 5일 이상 체류하는 팀에 최대 250만원 한도 내에서 20~50%의 숙박비를 지원한다. 함안군도 훈련시설 사용료 면제, 지도자 간담회, 담당 공무원 지정 등 불편사항을 수시로 확인해 처리한다. 영덕군은 전지훈련 팀들에게 경기영상 분석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채성훈 양평군청 유도팀 감독은 “전국 지자체들의 전지훈련 마케팅은 하나의 산업이 되고 있을 정도”라며 “선수들과 지역 주민들의 만족도가 높아 양평군을 전지훈련지의 메카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군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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