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군수배 겸 제36회 경기도신인복싱선수권 대회

난방 안 되는 영하12도 체육관에서 대회 강행

경기도복싱협회와 군체육회, 서로 책임 떠넘기기

 

지난 26~28일 개군중학교 체육관에서 경기도신인복싱선수권 대회가 열렸다.

지난달 26~28일 개군중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경기도신인복싱선수권 대회가 상식 밖의 대회운영으로 참가선수와 코치, 학부모들의 분노를 샀다.

경기도복싱협회가 주최하는 경기도신인복싱선수권대회는 도내 선수들의 복싱 입문과정으로 신인 엘리트 선수육성 발굴 활성화 및 저변확대에 기여하기 위한 대회다. 올해는 경기도체육대회 개최지 양평에서 ‘제1회 양평군수배 복싱대회’ 겸 ‘제36회 경기도신인복싱선수권대회’ 및 ‘제47회 전국소년체육대회’ 1차 선발전으로 치러졌다.

이번 대회는 경기도복싱협회가 사전답사를 통해 개군중학교 체육관을 경기장으로 선정하고 대회를 준비했다. 개군중 체육관은 난방시설이 안 돼 있어 한파주의보가 기승을 부리던 대회기간 내내 체육관 내부 온도는 영하 12~15도였다. 천장이 높고 체육관이 넓어 온열기로난방을 하기는 무리였다. 28일 대회 개회식에 앞서 체육관으로 들어가니 냉동고에 들어간 것처럼 추웠다. 경기장 안에는 난로가 세 대 있었는데 그나마도 한 대는 단상 위의 귀빈을 위해 쓰였고 선수들을 위한 난로는 두 대뿐이었다.

대기하는 선수들이 추위 속에서 담요를 덮고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선수를 데리고 온 코치와 학부모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다. 한 코치는 “20년 동안 여러 대회를 나가봤지만 이렇게 열악한 환경은 본 적이 없다”며 “영하 12도에서 어떻게 경기를 하라는 거냐 여기서 경기하다간 선수들 부상당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코치는 “몸무게 측정을 하기 위해 새벽 6시부터 체육관에 왔는데 추워도 너무 춥다”며 “이런 대회는 안하느니만 못하다. 경기도체육대회도 이런 식으로 치를 거냐"며 화를 냈다. 선수들도 “계속 몸을 움직이고 있지만 너무 춥다. 이런 날은 상대 펀치가 더 아프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추위뿐 아니라 150명이 넘는 선수와 관계자들이 있는데도 의자는 30여 개에 불과해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 있어야 했다. 또 타임벨도 없어 진행자가 라운드 종료 시 마다 바닥을 치는 것으로 대신했다.

경기를 끝낸 선수가 추위 속에서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펀결을 기다리고 있다.

대회 시작 30분 후 도착한 윤광신 도의회 의원은 “경기장이 너무 추워 놀랐다”며 “준비가 미흡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윤 의원의 항의에 군은 뒤늦게 난로 2대를 더 준비했다.

군체육회는 이 대회에 1200만원을 지원했다. 군체육회 관계자는 “경기도복싱협회에 지원금을 지급하고 대회 운영을 맡겼는데 대회 준비가 제대로 된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경기도복싱협회 사무국장은 “난로 정도는 양평군에서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 이어 사무국장은 기자에게 “복싱을 해봤냐”며 “이렇게 추워도 링 위에 올라가 경기하다보면 열이 나니까 이 정도 추위는 경기하는데 아무런 문제없다”고 말했다.

한 코치는 “복싱이 아무리 인기 없는 사양 종목이지만 해도 너무 한다. 처음 양평에 왔는데 다시는 오고 싶지 않다”며 “어려운 환경에서 운동하는 선수들도 있는데 선수들에 대한 배려가 없는 대회를 오게 해서 미안할 정도”라며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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