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을을 찾아가는 여행 83

아름다움에 관한 마지막 질문은 ‘아름다움은 왜 찾아야 하는가’이다. 인간은 누구나 그 삶의 목표가 사회 속에서의 자기성장이다. 자기성장의 대표적인 방법은 지식을 습득하거나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런 방법들이 인간의 성장에 기여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름다움을 찾고 감상하며 인식하는 심미(審美)적 방법은 어떤가? 탐미주의(耽美主義)라고도 불리는 이 방법은 예술가들의 전유물이거나 유희나 쾌락 정도로만 이해되기도 한다. 심미적 방법은 실질적 유용성 없는 과잉의 여유에 불과한가?

아름다운 마을을 찾아다니면서 내 발걸음이 헛된 것은 아닌지, 한가로운 여유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되묻고 되물었다. 심미적 방법의 유용성에 대한 질문을 찾던 중 만난 책이 ‘심미주의 선언’이라는 책이다. ‘좋은 삶은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의 저자는 문광훈 교수다. 초반부에 집중되어 있는 심미적 방법의 특성에 대한 분석은 저자 또한 심미적 방법의 유용성에 관하여 오랫동안 고민해 온 흔적을 느끼게 한다. 나의 고민도 그 동안 적절히 정리되고 자리를 잡는 듯 했다.

문교수는 사회적 인간의 자기 형성에 기여하는 인식 과정을 심미적 방법과 과학적 방법, 사회·정치적 방법 등으로 크게 범주를 나누고 다른 방법에 비교한 심미적 방법의 특성을 분석한다. 심미적 방법의 특성은 우선 자유로움에 있다. 칸트가 판단력 비판에서도 강조했듯이 심미적 인식 방법은 인식하는 주체의 의도 없음 즉 자유로움을 전제로 한다. 정치·사회적 방법이 대부분 의도성이나 당파성을 띠고 있는 것과 다르다. 목적성 없이 즐거운 놀이처럼 자발적으로 인식하는 과정이다.

후쿠이현(福井県) 와카사정(若狭町)의 전통적 건조물군 보존지구인 쿠마가와주쿠(熊川宿)

심미적 방법은 주관적 인식 방법을 특징으로 한다. 칸트도 아름다움이란 당연히 주관적이라고 했듯이, 인식 주체가 자유롭고 자발적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과학적인 방법과 정치·사회적 방법은 보편성과 전체성을 유지해야 한다. 자신이 주관적으로 인식한 것을 여과 없이 그대로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심미적 방법은 항상 새로운 대상을 인식대상으로 한다. 과학이 거의 항상 바로 직전까지의 연구 성과의 계속성을 인식대상으로 하고, 정치·사회학적 방법이 현실을 대상으로 하는 반면, 심미적 방법은 우리 주위에 불현듯 새롭게 등장하는 온갖 사물을 가감 없이 대상으로 한다.

심미적 방법은 비직접성 즉 추상성을 인식방법으로 한다. 과학과 사회·정치적 인식 방법이 직접성과 논리성을 기저로 하는 것에 대비된다.

이렇듯 심미적 방법은 개념적 정의와 보편성을 추구하는 철학적 방법과도 다르고, 추상화된 일반성을 구하는 과학적 방법과도 다르다. 심미적 방법은 자유롭다. 놀이처럼 즐길 수 있다. 편향성이 없고 의도성이 없다. 합목적성이 없다. 느껴지는 대로 느끼는 과정에서 마치 식물이 공기와 물과 햇빛을 흡입하듯 자유스러운 자기 형성 과정의 식량과 거름이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심미적 방법은 인간이 인식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진정으로 순수한 사회적, 정치적 입장을 가질 수 있도록 기여한다. 자유롭고, 선입견 없고, 편향성이 없기 때문에 순수하고 진정한 공공성을 깨우치도록 유도한다. 정치·사회적 방법이 종종 진보와 보수, 이념적 갈등으로 치우쳐 편향된 자기형성을 하게끔 하는 반면, 심미적 방법은 진정으로 사회의 통합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인식의 형성을 유도한다.

오이타현(大分県) 키츠키시(杵築市)의 전통경관보존지역

우리가 사회의 진정한 결속을 원하고, 균형 있는 교양시민으로 성장하기를 원한다면, 나아가 공동체의 문화에 입각한 사회의 통합을 원한다면 심미적 방법은 과학적 방법이나 사회·정치적 방법보다 훨씬 유용하다.

내가 속한 서종마을디자인운동본부는 비정치성을 지향한다. 아름다운 마을을 위해서라면, 지역의 창조적 발전을 위해서라면 사회·정치적 당파성은 후순위다. 마을디자인운동본부에는 자유한국당원도 있고 민주당원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한마음으로 우리 마을의 공동체와 아름다운 마을을 원하고 노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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