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초 졸업생 윤지빈의 아빠 윤상진

며칠 전, 딸아이의 초등학교 졸업식에 다녀왔다. 조금 늦게 도착한 터라 뒤에 서 있는데, 다행히 딸아이가 뒤를 돌아보면서 눈인사를 건넬 수 있었다. 등을 다 가릴 만큼 커다란 책가방을 메고 입학을 했던 녀석이 어느새 엄마보다 훌쩍 커버려 졸업을 하다니, 새삼 세월의 빠름이 느껴졌다.

그날 졸업식에서는 아이들이 자신의 꿈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다. 드론조종사, 연예인, 수의사 등 가지각색의 꿈 이야기를 들으며 부모가 원하는 꿈이 아닌 아이들 스스로 선택한 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기특하고 훈훈했다. 요즘 그림에 푹 빠져 사는 딸아이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림을 그리면 행복하다고 했다. 이렇게 행복한 꿈을 하나씩 품고 있는 아이들이 곧 중학생이 된다. 물론 꿈은 시간이 지나면서 바뀔 수도 있다. 하지만 자유롭게 꿈 꿀 수 있는 행복한 권리만큼은 아이들 품속에 그대로 남아있기를 기대해본다. 요즘 청소년들의 행복한 소식보다 우울한 소식을 많이 듣게 되는 것 같아 그런 마음이 더 간절한지 모른다.

최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초·중 전환기 학생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초등 6학년 겨울방학 직후가 행복감이 가장 낮다고 한다. 중학생이 되는 과정에서 학업이나 환경적 변화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그나마 혁신학교가 많은 양평 학생들은 경쟁이 치열한 서울지역 학생들보다 스트레스가 덜하지 않을까 생각도 들지만 어쨌든 중학교를 처음 접하는 아이들에게 불안과 걱정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청소년은 아이와 어른의 중간이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게 되고, 혹독한 사춘기를 보내기도 한다. 화를 내고 달래보아도 아이의 황소고집은 꺾일 줄을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어느 정도 포기하고 또 이해하면서 자녀와의 관계를 서서히 회복해간다. 아이의 삐딱한 행동조차 자연스러운 성장통임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딸아이는 요즘 자유를 만끽하며 산다. 얼굴이 환하게 폈다. 다만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움직임이 둔해졌는데, 신기하게도 스마트폰을 만지는 손가락만큼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또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 하루 종일 그림을 그리는 딸아이를 보면 조급한 마음에 화가 날 때도 있다. 하지만 한 발 떨어져 바라보니 딸아이의 모습에서 예전의 내가 보인다. 나도 그랬다. 내가 하고 싶고 좋아하는 것은 포기하지 않고 고집을 부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고집은 목표가 되었고, 열정이 되었고, 훗날 직업이 되었다.

나는 ‘바른 길’이 무조건 ‘빠른 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성공하기 위해 ‘가야하는 길’이 아닌 행복하기 위해 ‘가고 싶은 길’을 선택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래서 우리 청소년들이 때로는 공부가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도 푹 빠져보고, 무모한 도전도 해봤으면 좋겠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스스로 질문하고 창의적인 답을 찾았으면 좋겠다. 역대 노벨상 수상자의 30%를 배출한 유대인들 역시 자유롭게 질문하고 토론하는 ‘하브루타’를 통해 아이들에게 획일화된 정답 찾기가 아닌 창의적인 문제의식을 심어주고 있다.

물론 청소년기 자녀에 대한 문제에는 공통된 정답이 없다.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고, 집집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녀가 행복한 마음으로 중학교 생활을 잘 해나가길 바라는 마음은 모든 부모들이 같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이번에 양평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867명의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행복하게 키워가기를 바라면서 따뜻한 응원을 보낸다.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