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문화가 바뀌고 있다. 양보다는 질, 평범한 맛보다는 특색 있는 나만의 술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집에서 직접 술을 담가먹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수제맥주야 우리나라에서 이제 막 시작됐지만 집안마다 내려오는 비법으로 술을 담그는 문화는 간직해야할 전통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지난 6일 양동면 ‘슬로동양평 발효문화원’에서 전통발효 막걸리 만들기 체험이 열렸다. 내손으로 술을 담그겠다는 의욕 넘치는 10여명의 체험객은 송기영 발효문화원 원장이 만든 탁주와 맑은 술을 맛보며 체험에 빠져들었다.

막걸리는 막 걸러서 만든다는 의미로 부쳐진 이름이라는데, 청주와 같은 고급술에 비해 맛은 떨어지지만 저렴하고 영양이 풍부해 서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농가에서 만든다고 농주(農酒), 색이 탁하다고 탁주(濁酒)로 불리기도 하는데 몇 년 전부터 다시 막걸리열풍이 불고 있다. 송 원장은 시중에 판매되는 술의 특성과 발효이론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 후 본격적인 막걸리 만들기에 들어갔다.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 고두밥 찌기

술을 담그기 위해서는 고두밥이 필요하다. 찜솥에 천을 깐 후 12시간 이상 충분히 불린 쌀을 넣어 찔 준비를 했다. 찜 솥에 넣는 물은 생수를 쓰는 것이 좋다. 수돗물은 염소 성분 때문에 적합하지 않다. 천의 경우 천연소재는 밥이 잘 눌러 붙어 폴리소재 천을 사용했다. 쌀은 가운데를 약간 들어가게 앉힌 후 천으로 꼼꼼히 덮어 30분 정도 찌는데, 김이 나면 물을 한 번 더 부어준다.

 

◇ 누룩 만들기

고두밥을 찌는 동안 누룩을 준비했다. 누룩은 곡물의 전분질을 단당으로 쪼개는 역할을 하는데, 이렇게 쪼개진 단당을 효모들이 먹고 알코올을 만든다. 이날은 쌀누룩을 사용했는데, 잡곡누룩을 쓰면 술에서 잡곡 맛이 나고 색이 누르스름하다.

송 원장이 체험객들에게 누룩곰팡이 샘플을 보여줬다. 곡물에 황곡균을 접종시켜 만든 누룩곰팡이는 발효되면서 아밀라제를 생성하는데, 우리 침 속에도 있는 이 아밀라제가 탄수화물을 쪼개주는 역할을 한다. 탄수화물을 단당으로 바꾸지 않으면 발효에 오랜 시간이 걸리게 되고, 그 과정에서 쉬거나 맛이 안 좋아진다.

지금이야 손쉽게 누룩을 구입할 수 있지만 옛날에는 가정에서 둥그런 틀로 잡곡을 눌러 직접 곰팡이를 만들어 썼다고 한다. 시판 누룩제품은 물을 부으면 2시간 이후부터 효모들이 성장하기 시작하는데 5~6시간 이상 불려야 한다.

 

◇ 고두밥과 누룩 비비기

25℃로 식힌 고두밥 위에 누룩을 붓는데, 밥 온도가 30℃를 넘으면 효모들이 죽게 되므로 충분히 식혀야 한다. 누룩은 밥 양의 10~20% 정도가 적당하다. 고두밥 속에 효모들이 자라는데 필요한 산소를 충분히 집어넣고, 쌀과 누룩을 접촉시키기 위해 손으로 치대줘야 한다. 수강생들이 돌아가며 치댔는데, 보기와 달리 힘이 든다. 체험객들이 얼마나 치대야하는지 묻자 손 원장은 웃으며 ‘적당히’라고 답했다. 한국식이다.

 

◇ 막걸리 발효시키기

누룩과 혼합해 비빈 고두밥을 각자 가져갈 전용용기에 넣었다. 고두밥과 누룩의 혼합물을 용기의 ⅓정도까지 채우고, 그 위에 다시 물을 ⅔까지 채웠다. 도수가 높은 막걸리를 원하면 물을 좀 덜 넣고, 도수가 낮은 술을 원하면 물을 더 넣으면 된다.

이때 용기 윗부분의 빈 공간을 반드시 남겨놓아야 한다. 빈 공간에 남아있는 산소가 효모를 증식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산소가 계속 들어가면 효모 증식만 되고 발효가 일어나지 않으므로 뚜껑을 꼭 닫아 더 이상의 공기접촉을 막아야 한다. 발효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통을 팽창시켜 터지게 할 수도 있는데, 전용용기는 가스 분출구가 별도로 있어 이런 염려는 없다.

발효의 최적온도는 25℃다. 예전에는 아랫목 따뜻한 곳에 이불 등을 덮어 일정한 온도를 유지시켜 주기도 했다.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한 이유는 온도가 낮으면 효모들이 활동을 멈춰 발효가 이뤄지지 않고, 35℃를 넘어가면 죽기 때문이다. 또 온도변화가 있으면 잡균이 번식해 술맛이 안 좋다.

발효기간은 최소 10일 정도다. 2~3일부터 발효가 시작돼 7일이면 어느 정도 술이 된다. 송 원장은 술이 다 익었는지 궁금하면 분출구에 코를 대고 통을 살짝 눌러 냄새를 맡아보라고 권했다. 10일 이후엔 걸러서 냉장보관하면 되는데, 술맛이 약하면 상온에서 1~2일 방치하면 된다. 술을 거르고 남은 찌꺼기는 쌀가루와 섞어 미용팩으로도 사용하는데 효과가 뛰어나다고 소개했다. 체험객들은 “지금도 예쁜데 더 예뻐지는 것 아니냐”며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 단맛 원하면 마실 때 청 첨가

술에 관심이 많은 탓인지 체험객들은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생먹걸리가 무엇인지 묻자 송 원장은 “효모가 살아있는 막걸리”라며 “솔빈산을 넣은 살균막걸리는 1년이 지나도 상하지 않는데, 몸에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화학첨가물인 아스파탐을 넣지 않은 막걸리는 없는지 묻자 “단맛을 내기 위해 당을 넣으면 효모들이 먹어 없어지게 되므로 화학첨가물인 아스파탐을 넣는다”며 “판매되는 것 중에는 없다”고 대답했다. 달게 먹고 싶으면 발효액이나 수제청을 넣어 먹으라며 직접 담근 솔잎발효액을 막걸리에 넣어 조금씩 맛을 보게 했다. 체험생들은 “맛이 부드럽다” “맛있다”고 감탄했다.

잣막걸리 만드는 방법을 묻자 “막걸리를 만든 상태에서 마지막에 잣기름를 넣는 게 좋다”며 “처음부터 잣을 넣으면 미생물에 의해 향이 없어져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동창 두 명과 함께 참여한 서유진(서울·30)씨는 “술을 좋아해 참여했는데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며 “막걸리는 처음인데 어떤 맛일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남순영(양동면·53)씨는 “우연히 참여했는데 효모, 발효온도 등을 제대로 배웠다”며 “집에 가서도 잘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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