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팡질팡 상인회, 시장상인 대변할 자격 있나
롯데입점 후 양평시장 개혁 방안 마련 시급

6년을 끌었던 롯데마트 입점 사태가 상인회와 롯데의 협약으로 일단락 지어졌지만 이를 보는 주민들의 반응은 곱지 않다. 특히 그간 상인회가 보여줬던 모습은 소비자는 물론 상인들에게도 실망만 안겨줬다.

상인회는 지난 2012년 3월 티엘산업에스가 롯데마트 건축허가서를 양평군에 제출한 이후 지난해 말까지 지속적으로 대형마트 입점반대를 고수해왔다. 2014년 고건덕씨가 상인회장으로 선출된 후에도 이 기조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간 양평물맑은시장은 군과 상인회가 협력해 문화관광형시장 지정, 쉼터 조성, 아케이드 설치 등 변화를 꾀했지만 시장활성화를 이루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롯데마트 입점에 대한 상인회 입장에 변화를 준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2016년 군의 롯데마트 건물 준공 요구였다. 당시 상인회는 자체 테스크포스(TF)를 만들었지만 반대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결정적인 변화는 지난해 12월 시행사 측이 상인회와 고건덕 회장에게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하며 시작됐다. 10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소송을 맞닥뜨린 상인회는 부랴부랴 협상단을 만들어 롯데마트와 협상을 시작했다. 일부 상인들은 ‘대형마트 입점 반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구성해 상인회에 맞섰다.

이들의 갈등은 지난 5일 상인회가 일방적으로 강행한 ‘롯데마트 입점 주민설명회’에서 폭발했다. 비대위 회원들은 고성과 욕설 등으로 행사진행을 방해했고, 상인회는 난장판으로 변한 상태에서도 행사를 진행했다. 이후 상인회는 협상단에 비대위 회원 3명을 참석토록 했지만,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10일 롯데와 상생협약을 전격 체결했다.

롯데마트 입점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직면했던 상인회와 비대위가 최근 한 달간 보인 모습은 무척이나 실망스러웠다. 한 상인은 “상인들이 똘똘 뭉쳐 해결하기에도 버거운 문제인데 이렇게 갈라져 싸우면 어떻게 하자는 것이냐”며 “수십년을 형제처럼 지내온 사이인데 서로 욕하고 비방하는 모습을 보니 같은 상인으로서 너무 부끄럽다”고 한탄했다.

지난 5일 양평물맑은시장상인회가 연 롯데마트 입점 주민설명회에서 고건덕 상인회장이 인사말을 하던 중 입점반대 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이 무대에 올라 고성을 지르며 행사를 방해하고 있다.

상인회의 일처리 방식의 비민주성도 문제로 지적됐다. 상인회는 2016년 상생협상을 시작하기로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 한 주민은 “지난해부터 협상단을 구성해 시일을 두고 차근차근 준비했다면 지금보다 내실 있는 협의안과 양평시장 발전에 대해 폭넓은 논의도 진행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상인 전체 의견도 묻지 않고 반대의견이 있음에도 일방적으로 합의한 것은 민주적인 절차에 반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롯데마트와의 상생협약은 체결됐지만 이로 인해 상인회는 갈라졌다. 오는 30일로 예정된 상인회 회장단 선거에서도 찬성파와 반대파의 충돌이 예상된다. 상인회와 비대위를 바라보는 군민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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