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 나의 직업㊶ 국악기 제작

일반인들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악인들에게 양평은 국악기 제작의 메카로 불린다. 국악기 제작 관계자들은 타악기를 비롯해 관악기, 현악기 제작사들의 70%가 양평에 몰려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32년 간 타악기 제작에 몸담고 있는 김관영 예혼국악기 대표를 만나 그들의 직업세계를 엿봤다.

김관영 예혼국악기 대표

▲ 국악기제작을 시작한 계기는… 부동산중개업을 하던 중 우연히 대전의 ‘오동국악사’에서 장구 만드는 것을 봤다. 그 이전까지 국악과는 아무런 인연도 없었고, 뭔가를 만드는 것에도 관심이 없었지만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알 수 없는 매력에 푹 빠졌다. 곧바로 생업을 접고 국악기제작에 뛰어 들었다. 나에게는 참으로 매력적이고 재밌는 작업이다.

▲ 국악기제작사가 되려면… 특별한 자격이나 학력이 필요치 않은 직업이다. 손재주가 좋은 사람은 기술을 빠르게 습득할 수는 있겠지만,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 본다. 제대로 된 장구 하나를 만들려면 10년 이상은 기술을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기술을 가르치는 학교가 없어 공방에서 도제식으로 기술을 전수한다. 기술을 배우려온 10명 중 9명은 6개월도 못 버티고 그만둔다.

▲ 그만큼 일이 어려운가… 국악기의 원재료가 자연산, 즉 나무다보니 우선 나무의 성질을 알아야 한다. 자르고 홈을 메우고, 칠하고 다듬는 등 3년 이상 나무와 뒹굴어야 어느 정도 나무를 안다. 통을 깎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장구를 만드는 나무는 오동나무나 소나무를 쓰는데 그 무게만 80~120㎏에 달한다. 요즘은 장비도 개선되고 작업환경도 좋아졌지만 여전히 힘든 작업이다. 그 뒤에는 가장 어려운 가죽작업이 있다. 소, 말, 개, 양 가죽 등을 사용하는데, 가죽 상태에 따라 약품에 담구는 시간, 공기노출 등이 다 다르다. 10년 이상 숙련자들도 실패하는 경우가 있을 만큼 어렵다. 축적된 기술 없이 할 수 없는 작업이다.

▲ 수입은… 첫 입사해서 1년 동안은 최저시급을 받는다고 생각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6개월 안에 그만두기 때문에 공방으로서는 인건비가 의미없는 투자비가 될 때가 많다. 업계에서는 1년을 넘긴 후부터 정식 직원으로 대접한다. 10년 정도 기술을 쌓아야만 창업이 가능한데, 그 전에 창업한 사람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창업에 성공하면 중상층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 전망은… 국악기 중 타악기의 비중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사물놀이 등 타악기를 배우고 있어 수요는 꾸준하다. 저가의 중국산이 많이 들어오지만, 전문가들이나 일정 수준을 넘긴 일반인들은 국내산을 찾는다. 관건은 평생직업으로 삼을 수 있느냐다. 막연한 동경이나 수익성만 보고 하기는 어려운 직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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