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은 세 뿌리를 조심하랬어

 

 

면회 온 불청객

제1회

세상을 온통 범죄사회로 보고 관찰하라.


수사현장에 갈 때는 살얼음판을 걷듯 조심하라.


범죄면에서는 여자가 남자보다 훨씬 잔인하다.

 


갑자기 펜대를 쥔 내 손이 떨린다. 여자가 더 잔인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 당장 미나가 나타나 톱니 같은 이빨로 목덜미를 물것만 같다. 나는 미나 생각을 지우려고 펜대 끝을 잘근잘근 씹는다. 하지만 다른 생도들은 그 말이 재미있는 모양인지 여기저기서 히죽거리며 싱거운 말들을 지껄인다.


“역시 여자는 애물단지야. 여자는 꽃이 아니라 독약이라구.”


“그러니까 경찰관은 아랫도리를 조심하랬잖아.”


지루하던 교실에 금방 웃음꽃이 핀다. 강사의 얼굴에도 생기가 돈다. 그는 분필가루 묻은 손을 털고 나서 아예 이야기판을 깔 참인지 여자의 잔인성에 대하여 예를 들기까지 한다.


“일본에서 있었던 사건인데....”


강사는 엽기살인사건 하나를 이야기식으로 들려준다. 어느 젊은 여교사가 사랑하는 남자한테 배신을 당하자 독약을 먹여 죽인 다음, 시체를 토막쳐 마당에 묻고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한 토막씩 파내어 불태웠는데, 그처럼 엽기적 심리는 여자가 남자보다 잔인하다는 것이다.

미나가 나를 죽일지 모른다.

수사학 강의가 끝나고 화장실에서 오줌을 눌 때 나는 언뜻 그런 생각이 든다. 쏴 하고 쏟아지던 강한 오줌발이 갑자기 쫄쫄거린다. 미나의 구겨진 얼굴이 떠오르는 순간 요도가 수축한 모양이다. 방광에 힘을 주지만 오줌발은 점점 시들다가 이내 말라버린다. 빌어먹을, 나는 지퍼를 올리며 투덜거린다. 


불길한 징조였다. 미나 곁을 몰래 떠나온 뒤로 한번도 떠오르지 않던 얼굴인데, 어젯밤 새삼스레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던 것이다. 아무래도 불길한 꿈이었다.


또 소름이 끼친다. 내 성기를 움켜쥐고 있던 미나의 피묻은 손. 참으로 해괴망측하기 짝이 없는 꿈자리였다.


도대체 무슨 꿈일까? 미나의 손에 묻은 피는 무엇을 상징하며 내 성기를 움켜쥔 그 음탕한 행위는 무엇을 암시하는 걸까?


소변기 앞에 서서 꿈 생각을 하던 나는 얼른 화장실 밖으로 나온다. 교정 잔디밭에는 초가을볕이 싱그럽다. 그 햇살은 잔디밭에 우뚝 솟은 기념탑과 탑신에 음각된 경찰전문학교 교훈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지성, 용기, 성실. 교장은 경찰관의 자질을 강조할 때마다 그 세 가지 교훈을 내세웠고 신사도를 역설했다.

/김용만 소설가·잔아문학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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