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이사 회사 통해 소모품‧야외 테이블 구매
공공하수처리시설에 불필요한 야외테이블 설치

소모품 구입 시 입고량 확인도 않고 대금 지급

해당 이사 현 자유한국당 사무국장으로 밝혀져

양평공사가 비상임 이사가 운영하는 회사를 통해 소모품과 야외테이블을 구매하고, 해당 이사는 조카의 공사 취직에도 관여하는 등 각종 비리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7~8월 진행된 행정안전부 특별감사에서 지적됐고, 지난 15일 열린 제249회 제2차 양평군의회 정례회 군정질문에서 송요찬 의원의 발언을 통해 알려졌다.

행안부의 감사 자료와 송 의원의 지적에 따르면 지난 7월 임기만료로 사임한 변아무 양평공사 이사는 올해 1월 양평맑은숲캠프와 공공하수처리시설 등에 2475만원 상당의 원목테이블, 파라솔, 야외테이블 등을 납품했다. 송 의원은 “맑은숲캠프에 설치한 것은 이해되지만 손님도 찾지 않는 공공하수시설에 왜 야외테이블을 설치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의 말대로 12개 읍면 곳곳에 있는 공공하수처리시설은 평소 방문객이 거의 없고, 내부 사무실에서 충분히 접객이 가능하다. 양평공사는 이런 곳에 개당 27만5000원인 레저용 야외테이블을 50개나 설치했다.

양평공사가 공공하수처리장에 설치한 개당 27만5000원짜리 야외테이블. 공사는 올해 50개를 구입해 각 처리장에 설치했다.

양평공사 관계자는 “환경팀의 요구로 진행한 것이고, 지역 내 업체, 여성대표 업체 등을 고려하다보니 변 전 이사의 회사에서 수의계약으로 구매했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문제는 변 전 이사가 단순히 양평공사의 이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변씨는 현재 자유한국당 여주시‧양평군 당협위원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고, 이전부터 김선교 군수의 오른팔이라 알려진 인물이다. 건설관련 회사를 운영하는 변씨가 그의 전문성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양평공사 이사로 임명될 당시에도 김 군수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양평공사 측은 야외테이블을 구매한 것과 변 전 이사와 김 군수의 관계는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정황상 의혹은 충분히 제기할 수 있어 보인다.

이를 뒷받침할 내용은 또 있다. 행안부 감사 자료에 따르면 양평공사는 올해 1월 친환경 학교급식 생산에 필요한 5081만5200원 상당의 소모품 15종을 변씨 부인이 대표로 있는 회사인 티엔티와 수의계약을 통해 구매했다. 그런데 이 회사는 ‘태양광 가로등 제조, 시공 및 LED, 목조주택 전문업체’로 포털사이트에 소개돼있다. 소모품도매업소도 아닌 곳과 수의계약을 한 것이다. 당시 납품계약은 이달 31일까지 현장에 납품하는 조건이었는데 공사는 지난 1월25일 처음 입고된 물건에 대한 납품검사를 하면서 품목 및 수량을 정확히 검사하지 않았다. 당시 책임자는 납품확인서나 물품검수 조서를 작성하지 않은 채 계약부서에 구두로 모두 납품됐다고 통보했고, 계약부서는 당일 납품대금 전액을 티엔티로 입금했다. 행안부 감사가 진행된 지난 8월3일 소모품 재고량을 확인할 결과 납품된 수량보다 현저히 적어 납품업체에 확인 결과 당시 전체 납품물량의 1/2만 납품했다.

변 전 이사, 조카 취직시 면접관으로 참여

응시자 8명 중 조카에게 최고점 부여

공사 이사 8명 중 6명이 퇴직 공무원

변 전 이사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8월에 있었던 행안부 감사에서는 변 전 이사 조카의 양평공사 취직 당시 변씨가 부당하게 인사위원으로 참석했다고 지적했다.

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13일 변 전 이사의 조카 이아무씨는 양평공사 관광마케팅팀 주임(7급)에 응모해 최종 합격했다. 양평공사는 당시 채용에 따른 면접시험을 준비하면서 인사위원회 위원 중 비상임 이사인 변씨를 면접관으로 선정했다. 양평공사 인사규정에 따르면 인사위원회 구성에 비상임 이사는 제외토록 했는데, 이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당시 변씨는 ‘응시자 중 친척 관계가 있을 때 해당 응시자에 대해 기피하겠다’는 서약서를 쓰고도 자신의 조카를 직접 면접보고, 당시 응시자 8명 중 최고점을 줬다. 변씨는 올해 7월 사임 때까지 총 5회에 걸쳐 인사위원으로 활동하며 직원채용에 부당하게 개입했다.

양평공사가 비상임 이사와 비리 투성이인 납품계약을 맺고, 조카의 취직에도 관여토록 방조한 것은 변씨와 김 군수의 밀접한 관계가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송요찬 의원은 군정질문에서 “양평공사는 지금까지 300억원에 가까운 출자금을 지원받았지만 부채가 210억원 달하는 등 여전히 경영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김 군수는 공사의 비전과 활성화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계획은 발표하지 않았다”며 “대대적인 혁신이 이뤄지지 않은 채 뒤로는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서 송 의원은 황순창 양평공사 사장에게 재발방지 대책, 인사 혁신 등을 물었지만 황 사장은 “잘못된 점은 고쳐나가겠다” 정도로만 답변했다.

송 의원은 이어서 공사 이사 구성에 대해 따져 물었다. 군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공사의 이사는 사장 1명, 당연직 이사 2명(환경사업소장, 친환경농업과장), 비상임 이사 4명, 비상임 감사 1명 등 8명인데 이중 6명이 전‧현직 공무원이다. 올해 9월 새로 취임한 2명의 이사도 전직 공무원과 전 개군농협 이사로 유통사업이나 환경사업 분야의 전문가라 할 수 없는 인물들이다. 이 밖에도 비상임 이사에는 이태영 현 체육회 사무국장, 정현대 전 산림경영사업소 소장 등이 포함돼 있다. 공사 운영에 도움이 될 이사들을 임명했다기보다는 공사 운영에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사람들로 구성한 듯하다. 송 의원도 이런 차원에서 “왜 공직자 출신들이 이사로 가 있나”며 지적했다. 또 송 의원은 “물건 파는 것보다 내부 관리부터 잘 해야 한다”며 “필요할 때 출자해주고 싶어도 신뢰를 잃으면 주민들에게 지탄만 받을 뿐”이라고 질책했다.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