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다. 각 단체 이·취임식이나 송년회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시기다. 개인영업장을 빌려 행사를 치루는 경우도 있지만 공공시설 이용도 빈번하다. 주민자치센터, 복지회관, 읍·면사무소, 체육시설 등은 주민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세금으로 만든 공공시설이다. 그런데 양평에서는 공공시설을 이용하는 게 어렵다는 불만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물론 법적으로 이용하기 어렵다는 말은 아니다. 다양한 주민이 시설을 이용하도록 권장하고 서비스하기보다는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불허하거나 쓰면서도 담당자의 눈치를 보게 고압적으로 이용자들을 대한다는 지적이다. 일반주민이나 소규모 모임의 경우는 괜히 주눅이 들 수밖에 없다.

지난 2일 ‘제5회 청소년 친구맺기 길거리 농구대회’가 양평초등학교 강당에서 열렸다. 예년 같으면 물맑은양평체육관에서 열렸겠지만 올해는 양평초에서 열려 참가 청소년들이 불편을 겪었다. 농구대 옆이 바로 단상이라 위험하기도 했지만 장소가 좁아 과감한 플레이를 하기 힘들었고, 학부모들도 청소년에 대한 배려가 없는 대회라고 안타까워했다. 주최 측에 물어보니 물맑은양평체육관을 구두로 예약했으나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 생긴 일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힘들다. 구두로 예약한다는 것도 상식에 어긋나고, 처음이 아니라 5회째 진행되는 대회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게다가 장소를 빌리지 못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해에는 아예 대회를 열지 못 했다.

그날 하루 종일 체육관을 쓴 것은 한 초등학교 총동문회다. 오후 5시부터 열리는 총동문회 송년의 밤 행사 때문에 아침부터 준비가 한창이었다. 물론 적법한 절차를 거쳤겠지만 체육행사가 학교에서 열리고 학교행사가 체육관에서 열리는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졌다.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