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타고 지나다보면 팔당호에서 추운 겨울을 나는 철새들을 자주 보게 된다. 하지만 철새들의 이름은 무엇이고, 무얼 하고 지내는지 아는 게 별로 없다. 지난 2일 철새를 만나러 팔당호로 떠난 탐조여행 현장을 소개한다.

양수리 용늪, 세미원, 두물머리 곳곳을 둘러보는 탐조여행은 경기관광공사의 후원으로 다음달 초까지 진행된다.

 

팔당호에서 겨울을 나는 새들은 큰고니, 왜가리, 물닭,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흰죽지, 검은머리흰죽지, 뿔논병아리 등의 철새와 가마우지 등의 텃새들이다. 우리 곁에서 겨울을 함께 나는 생명들이지만 가까이 다가가 깊이 들여다볼 기회는 별로 없다. 또 섣부른 호기심으로 접근했다가 서식환경에 영향을 줄까 걱정되는 면도 없지 않다.

양평관광협동조합은 다음달 초까지 생태학자와 함께 하는 겨울여행 ‘팔당호 철새들의 겨울나기’ 탐사를 진행한다. 생태학자 최한수 박사가 탐사를 이끄는 네비게이터(navigator)로 참여해 양서면 양수리 용늪과 세미원 일대를 돌아보는 프로그램이다. 이곳은 어부나 관람객의 동선이 일 년 내내 일정하게 형성돼있어 철새나 텃새들도 사람의 출현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거리를 유지하며 공존하는 곳이다. 철새들이 대규모로 서식해 군무를 구경할 수 있는 유명 여행지는 아니지만 서울 인근에서 탐조가 가능한 곳 중 하나다.

생태학자 최한수 박사가 쉽고 재밌는 해설로 탐조여행을 이끌었다.

오전 10시, 양서역 주차장에 모인 25명 참가자들의 구성은 다양했다. 중학교를 졸업하는 아들과 함께 추억여행을 온 모자, 생태공부를 하러온 숲해설가, 농촌체험프로그램과의 연계 가능성을 타진하러온 관계자, 출사를 나온 사진동호인까지 목적은 다르지만 저마다의 설렘이 엿보였다.

최 박사는 탐사에 앞서 자신을 ‘통역사’라고 소개했다. 새나 식물들은 사람의 말을 못하기 때문에 그들을 대신해 존재를 알려주고 인간과의 관계를 이어주는 사람이란 의미다. 쌍안경 과 망원경 사용법, 주의 사항을 들은 후 주차장 옆 산책로를 따라 용늪으로 들어섰다. 용늪엔 습지의 대표적인 식물인 갈대가 겨울풍경을 완성하고 있었다. 해가 좋은 탓인지 반짝이는 물결이 은빛 억새물결 못지않다. 핫도그 모양의 꽃을 피운 부들과 물가에서 자라는 물억새도 눈에 띈다.

제일 먼저 일행을 맞아준 새는 나뭇가지 위에 앉아있는 딱새와 직박구리 등 텃새였다. 딱새는 인가에 주로 서식하는 새라서인지 사람이 다가가도 관심이 없다. 직박구리는 80년대까지만 해도 포항 등 남쪽지역에 서식했는데 지구가 따뜻해지면서 서식지가 전국으로 확대됐다. 울음소리가 시끄러워 숲의 고요함을 깨는 수다쟁이라는 별명이 붙어있다.

최 박사는 용늪입구에 세워진 안내판 앞에서 고니에 대해 설명했다. 멸종위기 야생동물로 지정된 고니는 서양에서는 백조라 불린다. 예전에는 새끼를 5~6마리씩 데리고 다녔는데 지금은 1~2마리로 줄어 서식환경이 열악해졌음을 알 수 있다. 사람이나 새나 먹고 살기 힘들면 출산을 기피하게 되나보다. 새끼일 때는 보호색으로 검은색을 띄다 어른이 되면 흰색으로 변하는데 그런 점이 안데르센의 동화 ‘미운오리 새끼’의 모태가 된 것 같다고 한다. 최 박사는 우리나라는 소쩍새, 뻐꾸기처럼 울음소리가 새 이름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고니도 그런 경우라고 소개했다.

물닭
물닭

용늪에서 그물을 걷고 있는 어선 한 척 때문에 새들이 많이 목격되지는 않았지만 언 강에서 몸 손질에 여념이 없는 검은색 물닭을 망원경으로 관찰할 수 있었다. 두 마리가 몸을 붙이고 부리로 몸 손질을 하다 물고기를 잡기 위해 잠수하는 모습이 보였다. 몸집이 뚱뚱한 물닭은 위급할 때 물갈퀴 같은 판족으로 잠수해서 도망간다고 한다.

용늪 가에는 붉은 씨앗을 매단 붉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이 나무는 새들이 좋아하는 나무로, 새들은 생존에 필요한 소금을 붉나무 씨앗에서 얻는다고 한다. 붉나무는 대개 산에서 자라는데 이처럼 물가에서 자라는 것은 매우 특이한 경우라고 한다.

용늪 탐사를 마치고 세미원으로 이동하기 위해 차에 올랐다. 이예소(9살)는 “물닭이 오리처럼 앞으로 쭉 엄청 빨리 갔다”고 감탄하면서 공책에 방금 본 붉나무를 뚝딱 그렸다. 예소는 “원래 이름은 아니지만 이 나무는 짠나무”라고 그림을 소개했다.

세미원에서는 왜가리, 청둥오리, 가마우지 등이 다수 보였다. 왜가리는 백로과에 속하는 여름철새로 여름을 나면 따뜻한 필리핀으로 날아가는데 월동하는 개체가 늘어나면서 일부는 텃새가 됐다. 가마우지는 부리 끝이 낚시 바늘처럼 구부러져 한번 잡은 물고기는 절대 안 놓쳐 낚시에 이용되는 새다.

최 박사는 가마우지를 신이 실수한 새로 소개해 호기심을 자극했다. 엉덩이에서 기름이 나와 깃털이 물에 젖지 않는 다른 새들과 달리 가마우지는 깃털이 물에 젖어 수시로 몸을 말려야한다. 망원경으로 보니 쓰레기가 떠내려가는 걸 막아주는 오탁방지막에 여러 마리가 앉아 날개를 펴고 몸을 말리고 있었다. 검다는 뜻의 ‘가마’와 깃털을 의미하는 ‘우지’가 합쳐진 순우리말 이름이라는데 자세히 보니 녹색을 살짝 띄며 그라데이션(gradation)된 검은색이 슬픈 운명과 달리 빛나 보였다.

새가 보이는 곳마다 망원경 3대를 설치해 돌아가며 관찰했다.

세미원에서 가장 많이 목격한 새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오리 중 가장 흔한 청둥오리였다. 청둥오리 수컷의 부리는 노란색, 머리는 광택 있는 청록색으로 화려하다. 최 박사는 수컷의 외양이 화려한 새는 알을 품지 않는다며 화려한 모습으로 적의 표적이 되기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암수 모습이 같은 새는 부부가 교대로 알을 품는다고 한다. 또 오리 중 몸집이 작은 새는 이름 첫머리에 ‘쇠’자를 붙여 ‘소물닭’ ‘쇠오리’ 식으로 이름을 붙인다고 소개했다.

세미원 배다리 인근에서 관찰된 흰죽지는 얼굴은 짙은 고동색인데 날개는 흰색으로 묘한 조화를 이뤘다. 다른 무리들 가운데에서 잠수하며 먹이활동을 하고 있었다.

오전 탐사를 끝마친 참가자들은 세미원 연꽃박물관에서 연잎밥 만들기를 한 후 오후엔 두물머리에서 겨울철새를 자유롭게 관찰하고 한강물환경연구소에서 환경영상을 관람한 후 하루를 마무리했다.

홍정순 숲해설사는 “새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는데 박사님이 재밌게 설명해줘 이해하기 쉬웠다”며 “이런 체험프로그램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교진 양평관광협동조합 사무국장은 “지역의 생태자원을 이용한 관광개발을 위해 경기관광공사의 지원을 받아 저렴하게 진행하는 시범사업”이라며 “다양한 코스의 생태관광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예정이니 참여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팔당호 철새들의 겨울나기’ 탐사는 다음달 초까지 계속되는데 오는 16일은 리버마켓과 연계해 진행된다. 일반·단체 참가 문의: ☎774-7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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