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석 기업가

공포를 불러온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소에서 유발되었다는 의견이 최근 제시되었다. 지열발전은 수증기로 발전터빈을 돌리는 것으로 국내 여건상 지하 4천 미터 이하여야한다. 포항의 지열발소는 4천5백 미터를 굴착했다고 한다. 높은 압력의 수증기를 얻기 위해 강제로 마그마 근처까지 물을 집어넣고 뜨거워진 물이 암반에 균열을 일으키면서 터빈이 있는 지상으로 솟구치도록 하는 것이 지열발전의 원리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가능성이 낮다고 볼 수만은 없다.

지열은 어느덧 지열난방으로 익숙해져 있다. 지하 100미터에서 200미터 구간으로 물을 순환시켜 통상 15도의 지하수 온도를 사용하는 것이 지열을 이용한 히트펌프시스템이다. 그러나 이번 지진으로 지열발전소가 지진의 원인일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됨으로써 지열난방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확산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물론 전혀 문제가 없다.

우리가 난방이나 냉방에서 사용하는 지열은 이미 70년대부터 산업현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폐열회수장치와 같다. 단 지속적으로 열량을 얻어야 하니 지하의 열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것도 포항의 지열발전소와 달리 매우 낮은 온도이며, 강제로 물을 지반에 밀어 넣지 않는다. 따라서 생활에서 사용하는 지열히트펌프시스템은 지진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결론을 내려야 한다.

사실 지열보다는 히트펌프시스템으로 불러야 한다. 왜냐면 열량을 전달하는 냉매가스의 순환시스템이기 때문이며, 더 정확히 말하면 에어컨의 더운 바람이 나오는 실외기를 집안으로 들여오는 것이 현재 사용하는 지열을 이용한 히트펌프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히트펌프는 냉동장치이다. 기화점이 매우 낮은 가스(프레온, 친환경냉매)를 이용하는 것으로 지열을 이용하기 위해 지하 200미터 이하까지 굴착하지 않는다. 오히려 100미터 근처에서 복수의 구멍을 굴착하여 15도 근처의 열량만 가져오기 때문이다.

2009년부터 정부의 설치보조금으로 일반주택에 지열난방이 시작하였다. 흔히 ‘그린홈100만호보급사업’으로 불리는 에너지관리공단에서 주도하는 사업이다. 왜 정부가 세금까지 지원하면서 이 시스템을 독려하는 것일까?

첫째, OECD 이상의 모든 국가는 에너지정책이 전기통합이다. 취사, 동력, 난방, 냉방 등에서 직접 가열하거나 차갑게 하는 방식을 버리고 전기를 이용한 방향으로 이미 정리되었다. 히트펌프는 전기로 동작한다. 가정에 인덕션이라는 전기히터렌지가 등장한 배경이기도 하다.

둘째, COP가 매우 높다. COP란 투입대비 출력의 량을 나타내는 지표다. 통상 지열시스템은 COP가 3이다. 즉, 시스템을 운전하기 위해 전기 1kw를 넣으면 열량이 3kw만큼 나온다는 것이다. 이것은 흡사 중세시대의 연금술과 같다. 물론 냉동가스를 이용한 히트펌프가 마술을 부리지만 과학적으로 문제가 전혀 없다. 높은 COP덕에 지열난방을 택한 가구들이 추운 겨울 난방비를 한 달에 20만원 이내로 가볍게 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우리는 에너지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문명을 이루고 산다. 사실 오늘날의 생활은 에너지의 힘이라고 단정해도 된다. 그렇다고 에너지를 무한정으로 만들 수는 없다. 특히 전기에너지는 편리하고 흔적도 남지 않지만 다른 자원을 소비하면서 생산된다. 따라서 1을 넣고 3을 출력하는 지열히트펌프시스템은 다른 난방냉방매체에 비하여 모두가 우선 선택해야 할 대상인 것이다.

지진에 놀란 가슴이 지열난방을 의심의 눈으로 바라본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전혀 무관한 것인데도 말이다. 역설적으로 지열을 개발하기 위해 200미터를 팠는데 뜨거운 물이 솟구친다면 그야말로 대박이다. 온천이라는 로또에 인생이 바뀔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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