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걸 대표이사

미국은 특별지방정부를 포함하면 8만개가 넘는 지방정부로 구성된 자치선진국이다. 언론 또한 지방(지역)중심으로 발달해왔다. 우리가 알만한 뉴욕타임즈나 워싱턴포스트, LA타임즈 등도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지방지다. 필자는 지난주 미국 지역신문을 돌아볼 기회를 얻어 ‘경기도지역신문협의회’ 회원들과 함께 로스앤젤레스를 다녀왔다.

미국 지방지를 우리 신문과 직접 비교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고민의 지점은 비슷했다. 종이신문의 독자 감소에 따른 대안 마련, 소유와 경영의 분리, 편집권 독립 등 고전적인 고민에 미디어 빅뱅시대에 적응해야하는 숙제가 더해진 것이다.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신문 스탠위시노스키 주필을 인터뷰한 ‘시사IN'의 기사를 보면 “종이신문 독자의 대부분은 50대 이상 백인 남성이다. 이제 18세에서 44세의 다양한 독자층을 받아들여야 한다. 내 세 아들이 20대인데 절대 종이신문 안 읽는다. 그렇다고 뉴스를 안보는 건 아니다. 다만 휴대전화로 본다”는 대목이 종이 신문 위기의 현주소를 드러내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우리 일행은 LA타임즈 방문을 사전에 예약했지만 라스베이거스 총기 난사사건으로 외부인 출입을 불허하기로 한 신문사의 방침에 따라 방문이 취소됐다. 다행히 LA중앙일보지사에 들러 미국 지역신문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LA중앙일보는 미주중앙일보 지사로 LA지역 교민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신문이므로 여러 가지에서 비교할 만한 대목들이 많았다.

LA중앙일보 임광호 사장은 신문사를 소개하면서 “핵심 독자층은 이민 1~1.5세대인 노령독자가 주류이며 젊은이들은 한글을 모르거나 종이신문을 선호하지 않아 꾸준히 젊은 독자층을 확보하는 게 큰 숙제”라고 말했다. “또 이들을 위한 영자신문 발행과 사옥 내에 문화센터 운영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며 “광고비도 대폭 낮춘 박리다매 전략을 통해 광고주를 독자층으로 흡수하는 방안을 강구한다”고 설명했다.

임 사장은 또 “미주한인사회에서 소외되는 한인계층을 중앙일보가 앞장서 챙겨주고, 신문사에서 학생기자, 봉사클럽, 취업 등 한인들에게 도움을 주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신문사를 중심으로 하는 독자 커뮤니케이트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다는 의미로 파악된다.

이종훈 상무는 “신문사의 전통적인 수익사업인 광고나 출판뿐만 아니라 디지털기반을 바탕으로 한 수익 재창출을 위한 실험에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세계 어느 신문사도 이 분야에서 유의미한 수익을 높였다는 데이터는 없다”며 우리나라 지역신문의 동향에 관심을 드러냈다.

모 신문사 사장이 종편사업에 진출하면서 “이대로 가면 천천히 망하고 방송사업에 뛰어들면 빨리 망할 것”이라고 했다는 말이 디지털시대의 모든 신문사의 고민을 함축하고 있다지만 변화를 받아들이고 도전하며 미디어시장을 개척해가는 그들의 노력이 눈부셨다.

본지는 지난 6년 동안 지역뉴스에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관행이 몸에 배어있고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양평에서 중장년층은 물론 젊은 독자의 구미에 맞는 기사를 찾고, 손쉽게 전달하는 방안을 강구해왔다. 지역언론 본연의 가치를 키워내는 일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희망을 보고 온 것이 이번 여행의 큰 소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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