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림스페셜(2014)

여섯 살 소녀에게 아빠는 동생이 태어나면 동생 기저귀도 갈아줄 수 있고, 공놀이도 함께할 수 있고, 책을 읽어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소녀는 귀찮은 일들만 같습니다. 대신에 자기가 좋아하는 일, 그러니까 농장에서 송아지에게 우유를 먹이는 일과 자동차 뒷자리에서 함께 과자를 먹는 일이나 문어로 그림 그리는 것 같은 일을 동생과 함께할 수 있을 거라는 데 기대감을 갖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아빠가 빨개진 눈으로 동생이 다운증후군이라고 얘기합니다. 그게 뭔지 잘 모르는 소녀는 그래서 기대했던 모든 것을 못하게 되는 거냐고 묻습니다. 좀 더 기다려주고 도와주면 못할 것이 없을 거라는 아빠의 말에 소녀는 안심을 합니다. 동생은 못하는 게 없는 아이가 될 거니까요.

장애인은 몸의 일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것뿐이지 아무것도 못하는 동정의 대상이 아님을 잔잔하게 이야기하는 그림책, <내 동생과 할 수 있는 백만 가지 일>을 보면서 한 다큐멘터리에서 중심을 잡고 물건을 나르기 힘들어하는 장애인에게 쟁반에 올린 음식 나르는 일을 시키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물고기에게 땅위에서 뛰라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 걸까요?

용문산동네서점 ‘산책하는 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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