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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것과 예술의 만남, 나오시마(直島)아름다운 마을을 찾아가는 여행 73

일본의 오래된 마을과 거리들을 찾는 여행의 끝으로 나오시마를 찾아가보려 한다. 카가와현(香川県) 카가와군(香川郡)에 있는 나오시마섬(直島)이다. 나오시마는 근대 산업화의 유물인 제련공장들의 폐허 위에 현대적인 예술의 향연이 벌어져 마을에 다시 활력이 살아난 곳이다. 이미 국제적으로도 유명해진 곳이라 오카야마현(岡山県) 우노항(宇野港) 여객터미널에서 나오시마로 들어가는 페리호는 거의 절반 이상이 서양인이었다.

나오시마는 일본의 주고쿠(中国)와 시고쿠(四国), 그리고 간사이(關西) 지역에 둘러싸여 옴팡하게 갇혀 있는 바다인 세토내해(瀬戸内海)에 있는 섬이다. 중세시대 때부터 농업에는 적합하지 않은 지형이라서 주로 제염업이나 어업 등으로 생활했고, 근해의 교역을 위한 해운업이나 도선업에 종사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지만 메이지 시대 이후로는 어업의 비중이 줄어들자 나오시마 사람들은 미쯔비시(三菱)의 동(銅)제련소를 적극 유치하기 시작했다.

나오시마의 상징. 페리선이 도착하는 미야우라항(宮浦港)에 설치된 작품. 구치마 야요이(草間彌生)의 붉은 호박(Red Pumpkin)

1917년 섬의 북단에서 미쯔비시 중앙제련소가 조업을 개시했다. 그러나 구리 제련의 과정에서 나온 아황산가스는 산림을 고사시키고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등 부작용을 빚었고, 동제련기술의 현대화로 인하여 제련산업도 축소되자 산업폐기물의 재생공장을 유치하기도 했다. 오염은 더욱 늘어났고, 그나마 그것도 기술현대화와 구조조정으로 축소되어 갔다.

그러던 중 세토내해의 아름다운 섬 나오시마를 살리기 위한 특단의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아름다운 섬 나오시마를 예술과 문화의 섬으로 만들자는 제안이었다. 후쿠타케출판사(福武書店)의 창업자인 후쿠타케 테츠히코(福武哲彦)에 의한 제안이었다. 나오시마 정장(町長)을 포함한 주민들이 그 제안을 적극 받아들였고, 데츠히코의 후계자인 후쿠타케 소이찌로(福武總一郎)가 일본의 유명한 건축가 안도 타다오(安藤忠雄)를 끌어 들이면서 나오시마문화촌구상(直島文化村構想)이 시작되었다. 이후 후쿠타케출판사는 베네세(Benesse)라는 이름으로 상호를 바꾸면서 위 구상은 총칭하여 베네세 아트사이트 나오시마(Benesse Art Site Naoshima)로 자리잡았다.

일본사람들의 독서열은 세계에서 으뜸이다. 따라서 일본의 출판사는 재벌급이 많다. 베네세 그룹은 나오시마 일대 산야의 토지를 구입하였고,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는 자신의 독특한 건축철학을 마음껏 발휘하기 시작했다. 지추미술관(地中美術館), 이우환미술관(李禹煥美術館) 등이 들어서고, 미술관과 리조트를 겸한 베네세하우스(Benesse House)가 중심을 잡았으며, 기존의 민가를 개조하여 예술로 승화시키는 이에프로젝트(家project)가 진행되었다. 대단한 예술의 마을이 된 것이다.

나는 아침 일찍 나오시마 섬을 들어가서 하루 종일을 걸었다. 수박 겉핥기식이나마 한바퀴를 모두 돌았다. 그러나 나오시마의 건축물이나 예술품 하나하나에 대한 느낌은 이 글에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그 하나하나의 느낌을 나누는 것이 우리 여행의 목적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오시마의 이우환미술관(李禹煥美術館). 안도 타다오가 설계하였으며, 전시공간은 저 노출콘크리트 담벽 뒤에 숨어 있다.

나오시마는 아름다운 섬일 뿐아니라 국제적인 명소로 대단한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하루를 나오시마를 걷고 나온 나로서는 생각보다 그리 부럽진 않았다. 뭔가 ‘따로 논다’는 느낌이랄까? 돈많은 재벌이 땅을 사고, 유명한 건축가가 최고 수준의 미술품이 소장된 미술관을 지었다. 호화롭다. 그러나 그것과 본래 나오시마의 토착민들은 결합하였는가? 예술이 주민과 결합하겠다고 계획한 이에프로젝트(家project)는 생각만큼 결합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물론 안도 타다오는 건축물이 단지 단독작품이 아니라, 사람과 결합하고 자연과 결합하며 마을과 거리와 지역성과 결합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진 건축가로 유명하다. 그러나 건축물 하나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방식과 마을 전체를 공동체적 관점에서 생각하는 방식은 분명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내가 배낭을 메고 땀흘리며 찾아 다닌 곳은 사람들의 생활의 숨결이 담긴 생활공간의 아름다움이었다.

나오시마는 분명 가볼만 한 곳이다. 미슐랭으로 치면 별이 세 개다. 그러나 나오시마를 갈 때엔 반드시 마음의 눈과 머리의 중심을 잃지 않고, 단지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그 자체로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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