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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정(鉱山町), 후키야후루사토무라(吹屋ふるさと村)아름다운 마을을 찾아가는 여행 71

염색(染色)이란 물체에 색을 입히는 것을 말한다. 착색에는 크게 두 가지의 방법이 있다. 염료의 색을 아예 물체에 스며들게 하는 방법과 물체의 표면에 별도의 층을 형성하게 하는 방법이다. 광의의 염료는 둘 다를 포함하지만 협의로는 앞의 색료를 염료(染色)라고 하고 뒤의 것을 안료(顔料)라고 한다.

19세기 중반 화학합성 염료가 개발되기 전에는 주로 천연염료였는데 동물성, 식물성, 광물성 등 다양했다. 그 중 광물성 염료는 물에 녹지 않으므로 주로 안료로 사용되었다. 대표적인 광물성 안료가 산화제이철(Fe2O3)이다. 철광석으로부터 제조하는 염료다.

벤가라(弁柄)라고 불리는 검붉은 안료는 메이지시대부터 목조건물의 외벽 등에 많이 사용되었다. 인도의 벵골(Bengal)지방으로부터 그 제조법이 전파되어 벵가라라고 불리게 되었다. 인도

후키야(吹屋) 전통적 건조물군 보존지구

에서 주로 제조되어 사용된 이유는 불상(佛像) 때문이다. 오래된 작은 공예품 불상에 검붉게 입혀진 염색이 벤가라이다.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서도 그 이름으로 통용되었다.

오카야마현(岡山県) 타카하시시(高梁市) 나리와쵸(成羽町)의 후키야(吹屋) 마을은 전통적 건조물군 보존지구 중 광산정(鉱山町)으로 유명하다. 후키야의 광산에서는 중세 이후부터 철과 동이 많이 생산되었다. 그러다가 현대적 제철기술이 발전하면서 광산은 쇠락했는데, 그 때부터 오히려 벤가라 염료의 주 생산지가 되었다. 벤가라는 도자기 등의 공예품이나 절, 신사의 외장 등에 많이 이용되었다. 그런데 그 벤가라의 합성방법도 현대화되면서 이제는 쇠락한 전통마을로만 남았다.

후키야는 깊은 산골이다. 깊은 산골마을이기 때문에 주변의 다른 마을 몇 개와 합쳐 오카야마현으로부터 후루사토무라(ふるさと村)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 ‘후루사토’란 우리말로 번역하면 ‘고향같은’이라는 뜻이다. 정감 있는 깊은 산골인 것이다. 그래서 후키야 마을은 통칭 ‘후키야후루사토무라’라고 불린다.

평일이고 비수기라서 타카하시에서 혼자 타고 출발한 버스는 중간에 할머니 한 두 분이 탔다가 내렸을 뿐 결국 종점인 후키야까지 한 시간 이상 내내 혼자였다. 괴괴한 마을골목. 오래된 목조건물들이 모두 한결같이 검붉은 염료로 옷을 입고 있었다. 목조 건물의 외벽이 벤가라로 칠해졌을 뿐만 아니라 지붕의 기와까지도 세키슈가와라(石州瓦)라고 불리는 검붉은 전통기와를 사용해서 온통 마을은 검붉은 색깔로 가라앉은 느낌이었다. 게다가 흙도 붉은데다가 사람이 드문 산골마을이어서 정말 바람만 한줄기 스쳐가는 황야의 외로운 무법자가 된 기분이었다.

요즘도 벤가라 염료가 꽤 사용되긴 하지만 대부분 화학적 합성방법에 의한 것이어서 후키야의 벤가라 천연합성제조장은 체험장으로만 운영된다. 벤가라의 천연제조방법은 무척이나 까다로웠다. 철광원석에서 유황성분을 제거하고 불순물을 침전시킨 다음 결정체로 만들어 다시 700도의 고열에 녹이고 가루를 낸 뒤 침전시키기를 반복하고 말리는 과정은 상당한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귀하게 만들었으니 마을의 집들을 온통 벤가라로 칠하고 싶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포레후키야 료칸에서 바라 본 일본의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 초등학교 타카하시시립후키야소학교(高梁市立吹屋小学校). 1899년에 설립되고 2012년에 폐교된 뒤 보존되고 있다.

그런 고적한 마을인데도 후키야에서 굳이 1박을 하고 싶은 것은 별도의 이유가 있었다. 옛날 후키야가 광산촌으로 잘 나갈 때는 초등학교뿐만 아니라 중학교도 있었는데 이제 그 건물들이 비었지만 훌륭히 보존되고 있어서 그걸 누려보기 위해서였다.

일본 최고(最古)의 초등학교 목조건물은 그 자체로 학교 정원과 함께 훌륭히 보관되고 있었고, 중학교 목조건물은 품격 있는 료칸으로 리모델링하여 타카하시시로부터 위탁받은 운영업체가 라포레후키야(ラ・フォーレ吹屋)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그 료칸에서 반드시 하룻밤 자보고 싶었던 것이다.

중학교 건물과 초등학교 건물은 아래위로 맞닿아 있는데, 저녁을 먹고 료칸의 창을 열자 라이트업(light up)된 낡은 초등학교 건물이 마치 고풍스런 연극이 벌어질 무대처럼 눈앞에 펼쳐졌다. 낡았지만 깨끗한 목조 건물에 엘레강스한 와인 한 잔이 생각나며 어울리지 않는 감탄이 새어나왔다. “아. 아름다운 밤이에요~”

양평시민의소리  webmaster@yps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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