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O탐방기① 평창 감자꽃 스튜디오

<연재를 시작하며>

NPO는 민간비영리단체(Non-Profit Organization)의 약자로,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사회 각 분야에서 자발적으로 활동하는 시민단체를 말한다. 정부가 미처 담당하지 못하는 부분을 자율적으로 해결해나가는 NPO의 존재여부는 최근 건강한 시민사회의 역량을 평가하는 지표가 되고 있다.

본지는 양평이나 타 지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거나 활동을 시작한 <NPO탐방기> 연재를 통해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의 욕구를 민간 주도로 해결해나가는 희망을 독자와 함께 찾아보고자 한다.

첫 번째 탐방기를 보내준 이는 김용필 포도밭의아이들 센터장이다. 지역아동센터에서 10년 넘게 일하며 아이들이 자라 청소년, 청년이 되는 모습을 지켜주고 있다. 양평의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 양평에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고민하며 타 지역의 청년지원센터 등을 둘러보고 있다.

감자꽃 스튜디오를 찾은 김용필 포도밭의아이들 센터장, 김지연 문화기획자. (오른쪽부터)

10일간 지속된 추석연휴의 끝자락인 8일과 9일. 명절음식이 지겨워질 때쯤이면 생각나는 얼큰하고 개운한 김치찌개처럼 연휴가 무료하게 느껴질 때쯤 찾아간 평창의 1박2일은 갖가지 현안으로 복잡했던 머릿속이 정리되고, 덤으로 마음까지 평안해지는 기분 좋은 여정이었다. 김지연 문화기획자와 함께 평창을 찾아간 이유는 바로 ‘감자꽃스튜디오’라는 공간과 그 공간을 채우고 있는 무형의 가치와 철학, 그리고 그 중심에 서있는 이선철 대표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양평을 출발해 시원하게 뚫린 영동고속도로를 한 시간 남짓 달리자 평창IC에 도착했다. 얼마나 시골길을 달렸을까. 시끌벅적한 동계올림픽 준비는 남의 이야기라는 듯 아담하고 조용한 평창 읍내를 지났다. 평창 읍내에서 정선방향으로 10분쯤 더 달려 목적지인 ‘감자꽃스튜디오’에 도착했다.

낡은 폐교일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매우 현대적인 감각의 2층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건물에 들어서자 이선철대표가 반갑게 맞아준다. 먼저 1층의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이 대표로부터 설립 당시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 대표는 문화기획자(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겸임교수)로 화려했던 젊은 시절을 등지고 15년전 평창으로 내려와 ‘감자꽃스튜디오’를 설립했다. 정부로부터 폐교를 년 500만원에 임대한 후 지역 교회의 도움을 받아 성도들과 교류하며 조금씩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이 대표의 다양한 인맥을 통해 문화예술활동이 활성화되면서 마을 주민들과의 교류 프로그램이 늘어나게 되고, 어느새 ‘감자꽃스튜디오’는 외부 이용자들과 마을 주민들과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변화되었다.

감자꽃 스튜디오 이선철대표(오른쪽)와 청년사업가 최효주씨.

지역 청소년들을 모아 ‘대일밴드’라는 동아리를 만들어 운영하기 시작했는데 이 청소년들이 성장해 지금은 20대 후반의 청년이 되었다. 그중 5명이 평창에 남아 베짱이농부, 문화기획자, 음향엔지니어, 빵집주인, 로컬푸드음식점주인 등 청년사업가로 살아가고 있다. 시골마을에 생긴 공간 하나가 도시와 농촌 간 소통의 장이 되고 훈훈한 스토리들이 전국적으로 입소문이 나자, 평창군에서 리모델링 공사와 다목적강당 신축 등의 지원을 해주었다.

차를 마신 후 우리 일행은 공간과 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2층 구조의 건물은 밖에서 본 느낌과는 달리 옛 모습을 최대한 살리고 이용의 편리함을 위해 공간을 모듈화시켜 언제든지 사용목적에 따라 구조를 가변화시킨, 아주 재미있는 구조였다. 1층은 주로 이용자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교육실, 독서실, 식당, 목공실, 그리고 다목적 강당 및 전시실이 자리 잡고 있다. 2층은 음악활동 및 발표회 등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라운딩이 끝나고 이 대표의 안내로 인근 펜션으로 이동해 점심식사를 했다. 그곳에서 5명의 청년창업가 중 한명인 효주 양을 만났다. 현재 평창 읍내의 전통시장에서 ‘브레드 메밀’이라는 빵집을 운영하고 있다. 효주양은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평창에 내려와 대형마트 내의 빵집을 3년간 운영하다 이 대표의 도움으로 강원청년창업지원센터의 지원을 받게 됐다. 가게의 리모델링 공사와 브랜드 개발 및 홍보 등의 지원을 받았는데 일회성 지원이 아닌 지속적인 사후관리와 교류를 통해 현재는 안정적인 단계로 진입했다고 한다. 효주양의 말로는 본인 말고 다른 4명의 청년창업자들도 이 대표의 도움으로 창업을 할 수 있었고, 평창을 떠나지 않고도 자신들의 재능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안정된 삶을 살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감자꽃스튜디오’를 마음속의 고향 같은 곳이라고 정의했다.

목공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식당사장님과 이 대표, 그리고 효주양 세 사람의 사이가 매우 좋아 보였다. 사장님께 물어보니 ‘감자꽃스튜디오’를 통해 마을에 외부손님들이 많이 오고 마을이 유명해졌다고 하신다. 그리고 마을의 펜션, 카페, 식당, 청년사업가들이 서로 연계돼 교류하며 관계를 유지해나간다고 하신다. 사이가 좋은 것이 당연했다.

효주양의 빵가게를 구경한 후 양평으로 향했다. 돌아오는 길, 운전을 하며 많은 생각을 했다. ‘감자꽃스튜디오’로 인해 조용했던 평창 시골마을에 말 그대로 기적이 일어나고 있었다. 도시인과 마을 주민간의 소통과 문화교류, 상인들과 ‘감자꽃스튜디오’ 이용자들과의 교류, 그곳에서 자라난 청년들의 창업활동과 마을에의 기여, 적절한 때 도움을 준 평창군의 든든한 지원과 지속적인 관심, 그리고 그 중심에서 늘 마을 큰형 같은 모습으로 스폰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이선철 대표. 이 모든 것이 하나의 네트워크 안에서 ‘신뢰’관계로 잘 뭉쳐져 있었다. 정말 기적이었다. 양평으로 돌아오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우리 양평의 미래도 기적의 연속일수 있다는 작은 희망이 생겼기 때문이다.

김용필 포도밭의아이들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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