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용 출판기획자

2013년 한해 출간된 책이 4만300여종이니 하루에 118권 정도가 발행되는 셈이다. SNS가 보급되고 누구나 손쉽게 글을 쓰고 홍보할 수 있게 되면서 독립출판이나 1인출판사도 증가하는 추세다. 그런데 세기의 편집자 맥스 퍼킨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지니어스>에서 엿볼 수 있듯이 책 출판에서 편집자의 역할은 작가 못지않다.

어떤 책을 만들지 시대의 흐름을 읽고, 작가를 발굴하고, 편집과 마케팅까지 고민하는 출판기획자. 이봉용 씨를 만나 출판기획자의 세계를 들어봤다.

▲출판기획자가 된 계기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는데 취업을 하려고하니 무슨 일을 하며 살까 고민이 많았다. 문득 어린 시절 삼촌이 사주셨던 계몽사 어린이전집을 몇 번씩 읽으며 즐겼던 추억이 떠올랐다. 1998년경 대학교재를 만드는 출판사 편집부에 입사지원을 하면서 출판인의 길에 들어섰다.

▲출판기획자가 되려면… 특별한 자격이 필요하지는 않다. 출판기획에 관심이 있다면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주로 출판하는 출판사의 기획부서나 편집부서에 입사지원을 하면 된다. 회사마다 다르긴 하지만 교정, 교열 테스트 정도는 통과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교육기관에 등록해 취업준비를 하는 방법도 있는데 한국출판인회 부설 서울북인스티튜트(SBI, sbin.or.kr), 한국잡지협회 부설 한국잡지교육원(www.magazineschool.co.kr)에서 소정의 과정을 이수하면 취업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주요 업무는… 출판기획자는 출판 아이템 발굴, 저자 발굴, 외서 검토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시대의 흐름을 잘 파악해 콘텐츠를 잡아 저자를 섭외한 후 샘플 원고를 검토해 계약을 결정한다. 원고가 완성되면 편집에 들어가는데 큰 출판사의 경우 편집업무를 전담하는 부서가 따로 있지만 소규모 출판사의 경우는 편집까지 출판기획자가 담당한다. 사실 기획단계에서 홍보나 마케팅까지 고려해 저자를 섭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 부분까지가 출판기획자의 업무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작가가 아무리 글을 잘 써도 기획, 편집 프로세스를 거쳐야 제대로 된 책이 된다.

▲수입은… 신입사원은 연봉 2000만원, 경력사원은 연봉 4000만원 내외인데 회사별로 급여수준이 천차만별이다. 출판시장은 특정분야 소량제작 가능, 인쇄방식 개선 등으로 제작환경이 좋아졌다. 한 회사에서 2~4년씩 근무하면서 3~4곳의 출판사를 경험한 후엔 1인출판사를 차리기도 한다. 한 분야의 책을 꾸준히 기획하다보면 시장을 보는 눈도 생기고 인맥도 형성되고 기획력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출판기획의 매력이나 어려운 점은… 다른 분야보다 연봉이 높지 않지만 책이 좋아서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내가 좋아하는 걸 만드는 보람이 크다. 책을 만드는 일은 사람들에게, 사회에게 말을 거는 일과 같다. 내 생각에 동의하도록 주장, 설득하고 논증할 수 있는 직업이다. 어려운 점은 2~3달에 한권 정도 신간을 기획해야 하는데 압박감이 아주 크다. 출판사의 매출은 대부분 신간에서 나온다. 판매로 이어지려면 대중이나 시대의 흐름을 파악해 한 발자국만 앞서가야 한다. 떠버린 것을 기획하는 것은 이미 늦은 일이다. 늘 안테나를 세우고 살아야 해서 피곤하다.

▲요즘 출판시장은 어떤가… 어린이책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유아·어린이 그림책 시장은 출산율이 낮아지면서 침체됐다. 문학, 비문학 서적의 경우 에세이와 경제, 경영이 결합된 중간지점의 일본번역서가 많이 출판되고 있다. 고령화, 경제침체를 우리보다 먼저 겪고 있는 일본의 상황이 우리나라에도 먹히는 것 같다.

▲전망은… 기획자의 역할은 기계가 대신할 수 없는 영역이다. 요즘은 책을 넘어 콘텐츠 기획자로 자리매김하는 추세다. 책과 연관해 방송, 영화, 연극, 캐릭터 상품 등으로 발전시키는 ‘원 소스 멀티 유즈(One Source Multi Use)’가 가능해야 한다. 편집감각이 있는 출판기획자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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