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왕’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 말은 소비자(손님)의 만족에 기반한 마케팅이며, 소비자의 입장을 우선하는 기업의 생존 전략이다. 그러나 이 말을 마냥 편하게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는 이 말이 노동자의 삶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왕이라면 소비자의 말과 행동에 절대 복종해야 한다. 따라서 이 말은 노동자의 감정노동과 헌신을 강요하는 말이며 이윤을 극대화해야 하는 기업의 논리를 반영한 말이기도 하다.

소비자가 왕이라는 생각은 소비자에게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항상 환한 웃음과 친절함으로 응대해야 하는 감정노동을 가속화한다. 감정노동은 개인의 감정이 상품화되면서 노동자와 소비자가 소외되는 안타까운 노동 현실을 드러낸다. 반말하고 행패부리는 진상 손님에게까지 굽신거리게 하고, 90도로 인사하고 공손한 자세로 하루 종일 서 있어야 하며, 짜증도 웃음으로 승화해야 하는 노동자의 모습은 왕을 대하는 백성과 다를 바 없다.

소비자와 생산자는 왕과 백성의 관계가 아니라 동등한 시민의 관계다. 말은 묘한 힘을 가지고 있어서 ‘소비자가 왕’이라 하는 순간 소비자의 진상이 정당화되고 사용자의 착취와 노동자의 비인간적 노동이 합리화된다. 노동자에게 상처를 주고 희생을 강요하는 말이 될 수 있다. 직원이 불편해야 손님이 편하다는 생각을 버리자. 점포에서 하루 종일 서 있어야 하는 노동자는 왕을 기다리는 존재가 아니라 단지 거래 대상인 손님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소비자의 기호와 눈높이가 소중함만큼 노동자의 권리와 삶도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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