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말이 있다. 별 볼일 없는 미천한 집안이나 변변치 못한 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성공해 훌륭한 인물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 최근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려울 정도로 사회적 불평등이 고착화되고 세습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그래서인지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다.

용은 예로부터 최고 권력을 상징하는 동물로, 용이 된다는 의미는 권력, 부, 명예 등을 성취하는 개인적 성공을 의미한다. 그런 면에서 개천은 상대적으로 그런 희소가치를 갖지 못한 사회적 약자의 빈곤한 삶을 상징하는 말이다. 부와 권력을 갖지 못한 부모나 집안의 삶을 ‘개천’이라 표현하는 것도 문제지만 개인적 성공을 정당화하는 ‘용’이란 표현도 문제가 있다.

개천에 머무는 삶은 무능하고 노력하지 않는 삶으로 왜곡된다. 동시에 불평등 구조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 요즘처럼 불평등이 고착화된 사회에서 개천에서 용 될 수 있는 수직이동이 가능한 사회를 기대하는 것도 좋겠지만 개천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지 않아도 되는 사회가 더 좋지 않을까? 개천은 강보다 작지만 시내보다 큰 물줄기로 청개천의 본래 이름이기도 하다. 맑고 깨끗한 개천에서 인간답게 사는 삶이 용 되는 일보다 더 소중하다. 개천을 벗어나 용이 되라고 다그치기보다 지금 사는 개천을 사람 살만한 곳으로 만드는 일이 우리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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