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을을 찾아가는 여행65

이번에는 유노쓰나 히지오리와는 달리 화려한 온천마을을 찾아가 보기로 한다. 당시로서는 상당한 규모인 근대건축물들이 늘어선 거리다. 유노쓰와 히지오리가 중세부터의 역사를 가진 곳이라면 긴잔온센과 키노사키온센은 근대에 들어서 개탕하고 번성한 온천마을이다.

긴잔온센(銀山温泉)은 야마가타현(山形県) 오바나자와시(尾花沢市)에서 버스로 30분 정도 들어가는 산골마을의 온천이다. 개탕(開湯)은 1600년대 중반 에도시대다. 우리나라에도 소개되었던 일본 영화 ‘오싱(おしん)’은 본래 NHK TV의 드라마였는데, 그 때 오싱의 촬영 무대가 되어 일약 유명해졌다.

그런데 최근에는 또 다른 영화 때문에 긴잔온센이 입에 오르내린다. 애니메이션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千と千尋の神隠し)’에서 치히로가 일했던 목욕탕 건물 아부라야(油屋)의 실제 무대라는 풍문 때문이다. 대만의 지우펀(九份)의 홍등거리가 무대라고 알려져 수많은 관광객을 끌고 있으나, 정작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은 정식으로 부정하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긴잔온센이 그 배경이라고 인정하고 있지도 않다.

긴잔온센(銀山温泉)의 낮

그러나 긴잔온센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무대라고 소문이 나기에 충분히 화려하고 아름답다. 낮에 도착했지만 이미 긴잔가와(銀山川) 양안으로 나란히 들어선 근대초기의 대규모 목조건물 료칸들은 놀랄만한 위용과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주로 1920년경에 들어선 건물들인데 당시로서는 상당히 앞서 나갔던 모던한 3-4층의 목조 발코니 건축물들이다, 규모뿐만 아니라 지붕의 격식과 외장, 격자 등 건물의 구성요소들이 제각각 다양한 자태를 띠고 있었다. 그런데 밤이 되면 긴잔온센의 풍경은 아예 입을 벌리게 한다. 긴잔가와에 늘어선 목조 다리들과 그 다리마다 설치된 붉은 가스등.

일본에는 다이쇼로망(大正ロマン 또는 大正浪漫)이라는 말이 있는데, 19세기에 유럽에서 풍미했던 낭만주의가 일본의 근대화 초기인 다이쇼시대(1912-1926)에 영향을 준 것을 말한다. 예술이나 건축 등에 낭만주의적 분위기가 반영되었고, 정치사회적으로는 다이쇼데모크라시라는 이름으로 민주주의 이념이 확장되어 나갔다. 그 시대의 다양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통칭하여 다이쇼로망이라 부르며 그 때를 회상한다. 말하자면 긴잔온센의 밤은 다이쇼로망 그 자체다. 가스등은 길을 밝히고 물을 비춘다. 천변을 유카타(浴衣)를 입은 가족과 커플과 동료들이 제각각 흐느적흐느적 거닌다. 군데군데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온다.

긴잔온센은 현재 료칸건물 소유자들도 흔쾌히 동의한 마을경관보존조례(銀山温泉家並保存条例)에 의해 보호되고 있다. 조례는 “건물의 신축, 개축, 수선, 변경을 하려는 자는 마을의 전체적인 경관에 합치되도록 하여야 하며 그 시공 기준은 시장이 정한다”고 명시하여 민과 관이 힘을 합하여 역사적 경관을 보존하고 있다. 야마가타 지역은 일부러 여행하기 쉽지 않은 곳이다. 그러나 반드시 권한다. 긴잔온센을 구경하기 위해 야마가타나 센다이를 여행할 필요가 꼭 있다고.

긴잔온센(銀山温泉)의 밤

긴잔온센만큼 비경(秘境)은 아니지만 벚나무가 흐드러진 아름다운 개천가로 유카타를 입은 여행객들이 행복해 보이는 풍경이 또 있다. 이미 한국인들에게 여행상품으로도 많이 알려진 키노사키온센(城崎温泉)이다. 황새가 스스로 상처를 치료하는 모습을 보고 스님이 절(温泉寺)을 세우고 천일기도 끝에 용출했다는 키노사키온센의 역사는 1300여년에 이른다. 그러나 1920년대에 지진화재로 인해 마을이 전부 탔고, 현재의 목조건물들은 그 당시 새로 건축된 근대 목조건물들이다.

키노사키온센도 소토유(外湯) 중심이다. 7개의 제각각 특색있는 마을의 공동탕을 돌아다니며 온천욕을 즐기는 소토유메구리(外湯巡り)로 유명하다. 대부분의 료칸들이 소토유메구리 입욕권을 제공한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온천거리에 사람이 넘쳐나고 행복한 풍경을 이룬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매년 일본의 온천마을을 번갈아 찾아다니며 휴가를 즐기는 사람이 있다. 전통적 건물들이 아름다운 경관을 이루는 온천마을을 찾는 여행은 몸이 즐거울 뿐만 아니라 눈까지 즐거워 여간 호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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