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는 우리나라 국민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다. 현재 수시와 정시, 학생부와 수능, 교과와 종합, 특기자 등 매우 다양한 전형이 있다. 대학입학전형은 대학에서 인성과 능력을 갖춘 학생을 선발하는 과정을 말한다. 그 중에 저소득층, 차상위 계층, 다문화 가정, 한부모 가정 등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배려자전형’이 있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교육의 목적처럼 변질되고 한 치의 양보도 용납되지 않는 입시전쟁에서 ‘배려’라는 말이 등장하니 한편으로 생뚱맞기도 하다.

사회적 약자에게 입학의 기회를 더 열어주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현 입시경쟁체제에서 사회적 약자들이 동등한 선에서 출발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단순히 기회 균등에 머물 수도 있겠지만, 기회조차 얻기 힘든 약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는 필요하다. 그런데 왜 ‘배려’ 전형일까? 배려는 도와주고 은혜를 베푸는 행위다. 강자가 약자를 가엽게 여기는 마음에 동정을 베푸는 배려는 과연 적합한 말일까?

물론 입시가 개인의 능력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일종의 배려라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 때문에 교육의 불평등이 생기고 이런 불평등이 세습된다면, 이는 개인의 능력과 다른 차원인 사회적 문제다.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고 배움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이기에 배려가 아니라 권리다. 배려는 하지 않아도 되지만 권리는 반드시 실현해야 하는 사회적 책무다. 그래서 권리보장은 배려의 차원이 아니다. 부모 잘 만나는 것도 능력이라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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