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채널·체험상품 다양화, 상근인력 확보가 성공 요인

최성준 수미마을 위원장

연간 체험객 6만명, 연간매출 20억원, 상근직원 7명. 농촌체험마을로써 쉽지 않은 성과다. 지난 21일 양평의 대표적인 농촌체험마을로 손꼽히는 수미마을 최성준 위원장을 수미마을 방문객센터에서 만나 인터뷰 했다.

▲ 수미마을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아버님 고향이 이북이신데 수미마을에 임야와 주택을 구입해놓고 가족들과 자주 오셨다.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하신 것 같다. 군대에 있을 때 아버님이 돌아가셨는데 제대 후 뭘 좀 해볼까 고민하다 2007년 봉상2리로 들어와 패션운영과 산림사업을 준비하며 관광농원 운영을 위해 출자를 받아 농업회사법인 (주)광장을 창업했다. 당시 수미마을은 하수종말처리장 보상차원에서 군의부터 2억원을 지원받아 다목적체험관을 지어놓고 흑천을 활용한 체험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었다. 정현옥 당시 봉상2리 이장님과 새마을지도자, 부녀회장, 반장 등 마을임원을 중심으로 체험사업을 막 시작한 시기였는데 운영회의에 참석하고 홈페이지 제작을 돕게 됐다.”

▲ 언제부터 사무장으로 일하게 됐나… “양평은 2003년부터 청운면 외갓집체험마을, 용문면 보릿고개마을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농촌체험사업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었다. 수미마을은 운영위원을 주축으로 50만원씩 출자해 자금을 만들고 체험마을운영과 관련한 컨설팅도 받았는데 처음 제안 받은 이름은 ‘알찬뜰’이었다. 대학원에 재학 중이었는데 2009년 ‘농촌체험마을 개발사업의 성공요인 도출에 관한 연구-경기도 양평군 사례를 중심으로’라는 석사학위 논문을 쓰기도 했다. 강원도로 선진지 견학을 간 적이 있는데 박한영 당시 봉상2리 이장님이 나를 체험마을사무장으로 소개하면서 자연스레 사무장이 됐다. 개인적으로 추진하던 관광농원 승인이 무산되면서 사무장 업무가 조금씩 늘었고, 2010년 유급사무장 지원을 신청해 급여가 지급되면서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땐 미혼이라 체험관 2층에 기거하면서 일에 열중했더니 성과가 나기 시작했다. 수미마을에 해외연수 참여 기회가 주어졌는데 마을자부담으로 일본연수를 보내줬다. 주민들의 배려와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연수를 통해 숙박업, 식당을 운영할 수 있는 휴양마을에 대해 알게 됐고 휴양마을 추진의 계기가 됐다.”

 사무장이 참 어려운 자린데… “2011년 양평군이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농촌체험마을 지자체부문 대통령상을 수상할 때 마을단위로 대통령상을 수상한 곳이 횡성군 ‘산채마을’이다. 위원장 연봉이 체험마을 전체 매출의 10%였고, 사무장에게 차량까지 지원했다. 대통령상까지 받았지만 가족이 함께 경영한다는 사실에만 초점을 맞춰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았고 인신공격까지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체험마을이 잘 됐을 때 사람들이 뭐라고 할까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욕먹을 텐데 뭐 하러 하나 생각에 주민들이 제안한 인센티브도 거절했다. ‘오늘까지만’ ‘이달까지만 해야지’ 하며 그만둘 생각도 많이 했던 것 같다. 마을에서 일하다보면 지칠 때가 많은데 일상에서 벗어나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교육이다. 2010~2013년 초급~전문강사 사무장 교육과정, 스토리텔링, 마케팅, 퍼실레이터 강사 등 한국농어촌공사에서 하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모두 1기로 수료하고 각종 자격증을 취득했다.”

▲ 수미마을이 성장을 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인가… “체험마을이 전국적으로 많아지며 가격경쟁이 시작됐지만 홍보·마켓팅의 중요성을 고민하는 주민은 거의 없었다. 투자비용이 드는 부분이라 마을에서 공감을 끌어내기도 어려웠다. 2011년8월 농업회사법인 (주)광장이 (주)더푸른홈넷과 함께 ‘황소의 땅’이란 예약 및 고객관리, 홍보시스템을 만들어 상표등록을 했다. 사무장에게 지급된 인센티브(10%)는 (주)더푸른홈넷과 (주)광장이 절반씩 나눴다. 수미마을 의사결정자와 일하는 사람을 분리한 것이다. 그해 10월 결산을 해보니 매출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전년대비 200% 증가했다. 마케팅 채널을 다양화한 것이 성공요인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사업규모를 키워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정규직을 만드는 과정이라 생각했는데 (주)광장 지분이 50%에 이르자 ‘누구만의 사업이냐’며 마을에서 갈등이 표출됐다. 수미마을을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하고 일자리가 창출되면 갈등이 해소될 수 있다는 생각에 11월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받고, 다음해인 2012년 일자리창출사업 지원을 받아 사업을 확대할 수 있었다. 현재 수미마을에 365일 안내소를 설치하고 사무국 직원 3명을 추가 채용하면서 (주)광장의 비중은 전체의 20~30% 수준으로 떨어졌다. 마케팅 채널을 다각화하고, 365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상품을 구비한 점, 상근인력 7명을 확보하고 있는 점이 성공 요인이다. 물론 마을 주민들이 이주민(상근인력과 체험객)에게 벽을 허물고 문을 열어준 것이 밑바탕이 되어 가능했다.”

▲ 농촌체험하면 흔히들 소박한 시골정경이나 정이 묻어나는 공동체문화를 떠올리는데 개인적으로 수미마을은 농촌형 놀이공원 같다는 생각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인솔자를 따라 관광지를 돌듯 체험하는 타입과 천천히 즐길 수 있는 자유여행자타입 상품을 둘 다 만들어 놨다. 고객이 판단해 체험상품을 선택하면 된다. 체험마을사업은 도시와 농촌의 균형발전이 목적인데 도농교류 유형도 다양화가 필요하다. 지난 4월 시작한 경기도의 체재형 작은 텃밭 ‘양평살이’는 농사경력이 20년 이상인 마을주민이 입주자와 일 년간 멘토·멘티로 관계를 맺어 영농체험을 하며 이주를 준비할 수 있도록 이어주는 사업이다.”

▲ 운영이 부실한 체험마을이 많은데도 지역만들기나 소득사업으로 체험사업을 시도하는 곳이 줄지 않고 있다. 제대로 운영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 “2007년 ‘도시와 농어촌 간의 교류촉진에 관한 법률(도농교류법)’을 만들었을 당시에는 농촌에 사람과 자원이 모두 풍부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마을 단위로는 한계가 있다. 사업이 지속 가능하려면 체험마을 운영은 ‘사람·조직’ 단위로 바뀌어야 한다. 함께하는 사람에 대한 보상, 인적자원의 필요성을 잘 모르고 경제적 소득 중심으로 운영하면 갈등이 발생해 의사소통 비용이 많이 든다. 수미마을도 사소한 문제로 다툼이 자주 일어 매년 합의할 수 있는 틀을 만들고 수정하다보니 마을정관이 누더기가 됐다. 옛날엔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지만 새로운 사람과는 안 된다. 지난해 10년 만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새 정관을 만들었는데 127조에 달한다. 주요내용은 마을단위 인적 자원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이다. 수미마을 의사결정권자는 정회원으로 한정했지만 회원가입은 봉상2리 거주민은 물론 토지소유자, 임차인, 직원까지 범위를 확대했다. 일하는 사람과 의사결정권자를 분리하면 많은 문제가 해소된다. 체험마을위원장, 대표, 이장, 사무장 등의 권한과 책임을 분명히 분리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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