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운동으로 유명한 인권변호사 티모시 쿡을 추모하는 추도사에 ‘고인은 전혀 장애인 같지 않았다’라는 표현이 있었다고 한다. 이 말은 마치 장애가 있는 사람은 훌륭한 일을 할 수 없는 것처럼 인식하기 때문에 인권침해가 된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편견을 드러내는 사례다. 누구의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말은 하늘과 땅처럼 차이를 보인다.

얼마 전부터 장애인을 ‘장애우’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장애우의 우(友)는 친구를 말하기 때문에 ‘장애를 가진 친구’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을 높이고 친근감을 표현하기 위한 말로 여겨진다. 친구처럼 대하자는 말이 결코 나쁜 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장애우란 표현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우선 장애우는 장애인의 주체적 입장보다는 타인(비장애인)의 시선으로 만들어진 말이다. 노동자, 청소년처럼 특정 사회집단을 표현할 때는 스스로 자신을 부를 수 있는 단어를 사용한다. 그러나 장애우는 장애인 스스로 자신을 나타내는 말이 아니다. 단지, 남이 불러주는 이름일 뿐이다. 결국 장애인을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누군가가 친구처럼 도와주어야 하는 존재로 바라볼 뿐이다.

그러나 장애인은 배려의 대상이 아니라 당당한 권리의 주체다. 장애인을 위한 특별한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비장애인과 같은 동등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의 노력은 장애인에게 베푸는 ‘친구’로서의 은혜나 배려가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에 갖는 권리의 보장이다. 배려라는 착한 마음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당당한 권리가 우선이다.

최형규 서종중 교장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